아프간 철군 D-1, 美 20년 전쟁 종식…바이든은 '리더십' 타격

기사등록 2021/08/30 15:00:00 최종수정 2021/08/30 15:57:16
[워싱턴DC=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미군 13명의 목숨을 앗아간 ISIS-K(IS-호라산)의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인근 자살 폭탄 테러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던 중 잠시 발언을 멈추고 있다. 2021.08.30.
[서울=뉴시스] 신정원 기자 =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이 오는 31일(현지시간) 완전 철수한다. 2011년 9.11 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을 명분으로 아프간에 개입한 지 딱 20년 만이다. 미국의 최장 기간 전쟁을 종식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지난 4월14일 아프간 미군 완전 철군을 선언했다. 5월1일 시작해 9.11 테러 20주기인 오는 9월11일까지 완료하겠다고 했다. 이후 완료 시점은 8월31일로 앞당겼다.

다시는 아프간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 단체의 공격 기지로 활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했다는 게 이유다.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낼 때"라는 명분도 있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시작한 이 전쟁은 버락 오바마·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거쳐 바이든 대통령까지 4명의 미 대통령을 거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책임을 5번째 미 대통령에게 넘기지 않겠다"고 했다.    

이 기간 미군 2300명 이상이 전투에서 숨졌고 2만 명이 부상했다. 약 2조 달러의 군비와 재건 비용도 투입됐다.

전임 행정부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약속을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탈레반과 맺은 평화협정에 따라 5월1일까지 미군을 전면 철수하겠다고 했다.

11일 만에 함락…엑소더스 대혼란·IS-K 테러에 보복 공습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은 미군 철수가 진행됨에 따라 세력을 빠르게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지난 15일 수도 카불을 점령하면서 사실상 아프간을 완전 장악했다.

미국의 예상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다. 수개월에서 1~2년까지 봤던 기간이 단 11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마크 밀리 합동참모본부(합참) 의장 등 미 국가안보팀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11일 만에 아프간 정부가 붕괴할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인정했다.

책임은 아프간 정부에 돌렸다. 실제 아프간 정부 보안군은 탈레반과 제대로 싸워보지 않은 채 달아나는 등 백기투항했고,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은 카불 함락 직전 외국으로 도피해 비난을 받았다. 러시아 측은 그가 거액의 현금을 들고 도주했다고 했는데,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탈레반의 20년 만의 재집권은 아프간 국민들에겐 공포로 다가왔다.

그간 미군 및 국제연합군에 조력했던 이들에 대한 보복 뿐만 아니라 이전의 억압적인 통치가 재현될 가능성 때문이다. 특히 여성 인권 침해가 우려됐는데, 탈레반은 1996년~2001년 집권 당시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앞세워 가장 보수적인 전통 의상인 '부르카'를 입도록 하고 교육의 기회를 차단했으며 남성 보호자 없이는 외출도 금지한 바 있다.

탈레반은 서방을 의식해 "보복도 하지 않을 것이며 샤리아법 틀 안에서 여성의 취업 및 교육 기회와 자유로운 언론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했다. 국제 사회에서 합법적인 정부로 인정받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외신들은 탈레반이 부르카를 입지 않은 여성을 총살했다거나 보복성 처형을 자행하고 있다는 소식을 속속 전하고 있다.

고국을 떠나려는 아프간인들의 엑소더스는 국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특히 탈레반이 육상로를 통제하면서 유일한 탈출 경로로 남았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다. 첫 날 이륙하는 항공기에 무리하게 매달렸다 추락사하거나 한꺼번에 몰린 군중에 두살배기 아이가 압사당하는 등의 비보가 전해졌다. 난민들이 정원을 훨씬 초과한 채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는 미군 수송기 내부 사진은 현지의 급박한 상황을 고스란히 전했다.
 
[서울=뉴시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원이 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아프간인들을 태우고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까지 운항한 미 공군 C-17 수송기 내부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디펜스원 캡쳐) 2021.08.17.  *재판매 및 DB 금지

안보 위협도 갈수록 커졌다. 탈레반 뿐만 아니라 이슬람국가(ISIS)의 테러 가능성도 제기된 것.

위협은 현실이 됐다. IS의 아프간 지부 격인 IS-K(IS-호라산)은 26일 카불 공항 외곽 애비 게이트에서 자살 폭탄 테러를 벌였다. 이 공격으로 미군 13명, 영국인 3명, 탈레반 28명 등 170명이 숨지고 200여 명이 부상했다. 미군으로선 2011년 이후 10년 만에 최대 피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즉각 "끝까지 추적해 응징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어 하루 만인 27일 낭가하르주에서 무인기(드론)로 보복 공습을 단행, IS-K 고위급 2명을 제거했다. 그리고 다시 29일 IS-K 자살 폭탄 테러 용의자의 차량을 추가 공격했다. 폭발물을 싣고 있던 차량이 2차 폭발하면서 인근 주택가를 덮쳤고 어린이 3명을 포함해 일가족 9명이 희생됐다.

[카불=AP/뉴시스]지난 26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외곽에서 발생한 ISIS-K(IS-호라산)의 자살 폭탄 테러 부상자들이 현장에 쓰러져 있다. 2021.08.30.

바이든, 국제사회 신뢰 깨져…지지율 최저-'탄핵''사퇴' 요구도
아프간 미군 철수로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정치적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적으론 철수 시한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됐다.

탈레반은 지난 22일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31일이 '레드 라인'이라며 "이를 어길 경우 결과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은 기한 내 대피가 어렵다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화당과 미국 언론들도 시간이 촉박하다며 중요한 것은 대피 임무를 완수하는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안전 문제를 이유로 기한 내 철군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24일 주요 7개국(G7) 긴급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아프간 문제를 논의했으나 여기서도 시한을 연장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같은 날 탈레반도 기한 연장은 '절대 불가'라고 재확인했다.

유럽 동맹국으로선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 동참했던 것인데 일부 국가는 자국민 대피를 마무리하지도 못한 채 대피 임무를 종료해야 했다. '배신' '나토 창설 이래 가장 큰 실패'라는 강도 높은 비판도 나왔다. 외신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미 균열된 상처에 소금을 뿌렸다'며 신뢰가 깨졌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취임 이래 처음으로 평균 국정수행 지지도가 50% 밑으로 주저 앉았다. 베트남전에 버금가는 실패라는 비난도 나왔다. 공화당에선 '사퇴' '탄핵' 등의 거친 요구까지 제기됐다. 민주당 내에서도 내년 중간선거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 경합주 의원을 중심으로 거리두기에 나서고 있다.
[서울=뉴시스]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가 집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 바이든 대통령의 아프가니스탄 미군 철수로 촉발된 아프간 사태 이후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면서 평균 지지도가 취임 이래 처음으로 50% 아래로 떨어졌다. (사진=RCP 홈페이지 캡처) 2021.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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