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경찰채용 시험장 확진자 발생…"시험연기 없어"(종합)

기사등록 2021/08/27 18:05:32

지난 21일 4만여명 대상 경찰시험 진행

경남 창원중학교 시험장서 확진자 나와

같은 층 사용한 140여명에게 '검사 공지'

"일정 미뤄야"…수험생 감염 우려 현실로

수험생 137명 '음성'…6명 결과 대기 중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제2차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이 고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08.21. dahora83@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지난 주말 약 4만6000명의 수험생들을 대상으로 치러진 경찰공무원 채용시험의 시험장 중 한 곳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이번 시험에 최초로 '전자문진표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방역에 만전을 기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결국 확진자가 나오면서 수험생들의 감염 우려가 현실화됐다.

27일 뉴시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 21일 전국적으로 실시된 '2021년 제2차 경찰공무원 채용 필기시험'의 시험장 중 한 곳인 경남 창원 의창구 창원중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수험생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자신의 거주지인 부산에서 이동한 해당 수험생은 시험장 입장 당시에는 발열 등 증상을 안 보였지만 시험 당일 저녁에 검사를 받은 결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험 이후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창원보건소 및 경찰 등은 확진자와 같은 층을 사용하면서 동선이 겹친 수험생 등 140여명에게 '시험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쳤으니 검사가 필요하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경찰청 및 창원보건소 관계자들은 "창원중학교에서 시험을 본 수험생 중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며 "이후 동선이 겹치는 감독관 및 다른 수험생들에게 검사를 받을 것을 공지했고 현재까지 추가 확진자는 없다"고 밝혔다.

최근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2000명대를 웃도는 등 확산세가 잡히지 않으면서 일각에서는 감염 확산을 우려해 경찰시험 연기를 요청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경찰은 '방역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지난 21일 시험을 강행했다.

특히 경찰은 수험생들의 감염 우려를 줄이기 위해 이번 시험부터 서울 지역 내 시험장들을 대상으로 전자문진표 시스템을 최초 도입했다.

수험생들은 시험 1~3일 전 받는 링크를 통해 전자문진표에 접속해 작성하고 결과에 따라 발송되는 QR코드 화면을 시험장 입구에서 제시한 뒤 입장할 수 있다. 수험생들이 문진표를 일일이 수기로 작성해야했던 과거 방식에 비해 입장 등이 한층 수월해진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수험생 건강 상태에 이상이 없는 경우 파란색 QR코드가, 의심 증상이 있는 경우 주황색 QR코드가 발급되는데 주황색이 나올 경우 해당 수험생은 입구에서 분리돼 별도의 정밀검사를 받게 된다. 정밀검사에서도 코로나19 의심증상이 나올 경우 수험생은 따로 마련된 장소로 분리돼 시험을 치르게 된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제2차 경찰공무원 필기시험이 치러진 지난 21일 오후 서울 은평구 숭실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응시생들을 태운 차량이 고사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2021.08.21. dahora83@newsis.com

비록 전자문진표 시스템이 도입된 서울은 아니었지만 창원 지역에서 결국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경찰은 시험 강행에 따른 감염을 우려했던 수험생들의 비판을 피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험에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등에는 시험 일정 연기를 요청하는 일부 시험생들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경찰시험 특성상 수험생들은 시험을 치르기 위해 연고지와 상관 없이 모두 대도시로 이동하게 되는데 확진자 수가 폭증하고 델타 변이까지 퍼지는 상황에서 시험장의 방역만으로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수험생 대부분이 백신을 맞지 못한 20·30세대인데 누구를 위한 방역이고 정책인지 모르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경찰이 파악한 결과 이날 오후 기준 추가 확진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5일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경찰은 같은 층 관리요원 및 수험생 총 166명에게 개별 선제 검사를 받도록 조치했고 이날 오후 1시 기준 관리요원 23명과 수험생 137명이 음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수험생 6명은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중이다.

경찰은 오랜 기간 시험을 준비해온 수험생 다수의 의견을 반영해 추후 체력 및 면접 등 시험 일정은 연기 없이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체력시험은 9~10월 사이, 면접시험은 11~12월 사이 진행되고 최종 결과 발표는 오는 12월17일로 예정돼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방역 상황에 따라 시험 일정을 연기할 경우 수험생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경찰 인력 충원에도 차질이 생겨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며 "수험생 간 1.5m 간격을 유지하는 등 방역수칙을 준수하면 4단계에서도 시험 실시가 가능하다는 것이 방역당국의 지침"이라고 전했다.

관계자는 "인사혁신처 등 채용시험과 한국사검정시험 등 각종 자격증 시험이 지침에 따라 이달 중 실시됐고 경찰청도 엄격한 방역수칙 아래 필기시험을 진행했다"며 "추후 남은 일정에서 확진자가 나오지 않도록 '사전신고 페이지'를 개설해 확진자 접촉 등을 사전에 파악·관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체력·면접시험 응시자 전원에게 3회 이상 문자를 발송해 감염병 예방수칙 준수를 당부하고 발열 등 증상은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겠다"며 "남아있는 시험 절차에서 방역 관련 보완사항을 추가 발굴해 엄격하게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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