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대출만 다시 허용?... 금융당국-은행 '갑론을박'

기사등록 2021/08/26 06:00:00

"전세대출, 가계부채 총량에서 제외" 주장

"무주택자 대상 주담대도 예외" 의견

당국 "부채 규모 커서 제외하면 의미 없어"

"실소유자 영향 최소화되도록 지도하겠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 24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에 가계대출 한시적 신규 취급 중단 안내문이 붙어있다. 2021.08.24.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은비 최홍 기자 = NH농협은행의 부동산담보대출 신규 중단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가계부채 총량관리 범위에서 전세대출을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애초 정책 취지에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은행권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용호 무소속 의원은 전날 "실수요자인 서민들은 길바닥에 나 앉을 판"이라며 "지금이라도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부채) 총량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숱한 부동산 정책 실패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금융권 가계대출을 관리하면서 농협 등 일부 금융기관은 전세자금대출을 일시 중단하고 있다"며 "대출규제 강화는 빈대잡겠다고 초가삼간을 태우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은행권에서도 가계부채 총량관리 범위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면 전세대출과 1가구 1주택 주택담보대출(주담대)는 총량에서 제외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는 반면 "전세대출 중에서도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을 구별해야 하는데 세분화하는 게 쉽지 않다"는 반박도 있다.

은행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세대출은 다른 대출에 비해 비교적 절차가 수월한 편이다. 갈수록 규제가 까다로워지는 주담대에 비해 기관 보증 등으로 한도가 잘 나온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세대출은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서도 제외다.

지난해 가계대출 통계를 들여다본 사람이라면 전세대출 증가세가 만만치 않다는 걸 알았다는 반응이다. 우리은행이 시중은행 중에는 이례적으로 올해 초 전세대출 분기별 한도를 설정한 것도 이에 대비하는 차원이다.

최근 국내 주요 은행에서 취급한 전세대출 잔액만 118조원을 넘어섰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전세대출 잔액은 한 달 새 1조9728억원 늘어난 118조3064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통 7월 임대차 시장은 장마와 여름휴가 등으로 비수기에 속하는데 급증세를 보인 것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한국부동산원이 지난달부터 표본 확대·재설계를 통해 주택가격동향 조사 방식을 바꾸자 한 달 만에 빌라 매매가와 전셋값이 28.1%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 25일 서울의 한 빌라 밀집지역 모습. 2021.08.25. kkssmm99@newsis.com
그렇다고 해도 주담대나 전세대출 등 실수요자에게 영향이 큰 항목은 가장 마지막에 건드려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신용대출을 한시적으로 막은 적은 있었지만 주택 구입을 위한 대출 전체를 막는 건 은행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 봤다"며 "웬만하면 주담대나 전세대출은 안 막는 방향으로 가는 게 맞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 의원 역시 "물론 전세대출이 용도에 맞지 않게 쓰이는 부분도 있고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기도 하다"며 "그렇다면 전세대출에 대한 별도 관리대책을 마련하고 점층적 개선방안을 내놔야지 무턱대고 막아버리는 것은 결코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총량관리 규제 취지를 생각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투기 차단 목적인 DSR이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 등과는 다르다는 주장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자금 마련)'해서 집을 산 사람들이 더 낭패라 총량규제를 하는 것"이라며 "전세대출이나 영끌하는 이들의 주담대도 총량에 포함해야 가계부채가 혹시 모를 충격에 대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당국도 부채 규모가 커서 전세대출을 총량관리에서 제외하면 규제 효과가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총량을 관리하면서 어떤 건 빼고 이렇게 하면 총량관리 의미가 없어진다"며 "총량관리를 포기하든지 전세대출이 문제면 다른 걸 줄이고 전세대출은 그대로 가도록 조정해야 하는 문제지 총량에서 빼자는 건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은행들이 한도를 관리하다 보면 전세대출도 관리 대상이 될 수는 있는데 영향을 최소화하도록 계속 지도해 나가고 있다"며 "가계부채 관리가 중요하지만 꼭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자금까지 막지는 않게 해달라는 주문으로 이해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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