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G7 연장 요구 불구 기존 방침 고수
미 국방·국무부엔 연장 대비 비상계획 지시
탈레반, 연장 절대 불가 재확인…아프간인 탈출 불허
ISIS-K 위협에 탈레반 비협조시 사실상 대피 불가능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늦은 오후 가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8월31일까지 (대피 임무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나는 우리의 임무를 완수하기로 결심했다"며 "빨리 끝낼수록 좋다"고 밝혔다고 CNN 등이 보도했다.
그는 "매일의 작전은 우리 군에 추가적인 위험을 초래한다"며 이 시한은 탈레반이 미군의 대피 임무에 얼마나 협조하느냐에 달렸다고 부연했다.
다만 미 국방부 및 국무부에 미군 철수 시한을 9월까지 연장해야 할 경우도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
회견에 앞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의 대피 임무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는 미 국방부의 권고를 받아들일 것이라며 만일에 대비해 비상 계획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전 아프간 사태 논의를 위한 주요 7개국(G7) 화상 정상회의에서도 미군 철수 시한을 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캐나다, 유럽연합(EU)이 참여한 이 회의에서 영국, 프랑스, 독일 정상 등은 시간이 촉박하다며 철수 시한을 연장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BBC에 따르면 G7 올해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영국이 "마지막 순간까지" 사람들을 대피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탈레반은 이날 시한 연장 '절대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또 아프간 현지인들이 탈출을 위해 카불 공항에 가는 것을 더 이상 허락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오는 31일 이후에도 미군과 동맹군이 대피 작전을 계속한다면 바이든 행정부가 스스로 한 약속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아프간인들이 떠나도록 두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공항으로 가는 길은 이제 막혔다. 외국인은 되지만 아프간이 공항으로 가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미국은 지난 15일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즈음부터 미국 및 동맹국 시민, 미군에 조력한 아프간인들을 대피시키고 있다.
현재 미군 5800명과 영국군 1000명 등이 현지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군은 지난 14일부터 이날까지 아프간에서 5만8700명을 대피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초 이달 31일을 목표로 이 작전을 끝내기를 희망했지만 미국인이 현지에 남아 있다면 미군을 더 주둔시킬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탈레반이 이 때까지 외국 병력을 모두 철수하라고 '레드 라인'을 통보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철군 시한 연장을 두고 압박을 받아왔다. 영국 등 국제사회 뿐만 아니라 민주당 애덤 시프 연방하원 정보위원장, 공화당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미 유력 언론들도 시한 내 대피를 완료할 가능성이 낮다며 이를 연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미 국방부 등 참모 일부는 현지 안보 상황을 고려해 연장하면 안 된다고 바이든 대통령에게 조언했다. 카불 하미르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ISIS-K(IS 호라산)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험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카불로 급파돼 탈레반과 협상을 벌였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결정도 결국 안보 위협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
미국은 카불 공항을 통제하고 있지만 탈레반의 협조 없이는 대피 임무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탈레반은 지금도 공항 밖을 통제하면서 아프간인들의 공항 출입을 검문하고 있다. 여기에 테러 위협까지 더해지면서 안전 위험까지 커진 것이다.
이와 관련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이날 스카이뉴스 인터뷰에서 31일 이후 탈레반이 카불 공항을 포격하기 시작할 수 있다면서, "이 경우 활주로가 닫히고 결국 아무도 어디에도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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