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사무총장, "정치지도자들 때문에 아프간 군대 몰락"

기사등록 2021/08/17 23:39:42

미국의 '성급한 철수' 대신 아프간 지도층 비판

[카불=AP/뉴시스] 17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장악한 탈레반 전사들이 이틀 전 철수 폐쇄된 미국 대사관 부근 검문서를 지키고 있다
[서울=뉴시스] 김재영 기자 = 나토의 옌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17일 아프가니스탄 정부 지도층 때문에 아프간 군대가 눈깜짝할 사이에 탈레반에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스톨텐베르그 총장은 아프간 사태를 논의하는 나토 대사 회동에서 "아프간의 정치 지도자들이 난국과 역경을 맞아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지 못했고 그 결과로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비극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2001년 12월 아프간을 침입해 탈레반을 축출할 때 서방 여러나라가 지원했으며 2003년부터는 나토가 아프간전 다국적군을 이끌었다. 그러나 아프간전은 다국적군 총 전사자 3500명 중 2500명을 차지한 미군이 실질적으로 주도했다.

이날 회동에서 사무총장은 탈레반의 공세 앞에 아프간 군이 몰락 붕괴한 것을 언급하며 "충격적으로 너무나 빨리 무너지고 말았다"고 말한 뒤 "여기에는 나토가 깨우쳐야 할 교훈이 들어 있다"고 덧붙였다. 

나토군과 미군은 2013년 말 아프간 전쟁의 작전 임무를 종료하고 탈레반과의 전투를 아프간 군경에 넘겼다. 공습과 훈련 등 간접지원 임무만 하는 미군 1만3000명 및 나토군 7000명만 잔류하고 본군은 철수했다.

이 아프간 군대를 육성하기 위해 미국은 20년 동안 100조원의 예산을 쏟아부었다. 그러나 지난 6일부터 탈레반의 34개 주 주도 점령 공세가 시작되자 아프간 군은 별로 싸우지도 않고 도주하거나 항복했다. 미군이 7월 초 바그람 공군기지에서 전격 철수해 공군 지원이 끊기는 등 미군의 뒷배가 없어지자 전의를 상실한 것이다.

[카불=AP/뉴시스] 5월9일 아프가니스탄 병사들이 수도 카불 군기지 주변을 순찰하고 있다. 미군과 나토군 등 모든 외국군이 9월11일까지 철수한다. 아프간 군경이 다국적군의 전투임무 종료로 2014년부터 탈레반 반군과의 전투를 책임지고 수행해왔다.  2021. 6. 6.
미국이 기습철수하면서 공습 실행에 필수적인 수천 명의 현지 군무원마저 고용 해제하는 등 탈레반의 공세 강화에도 별다른 조치 없이 철군만 성급하게 강행해 아프간 군이 무너지고 탈레반이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카불 국제공항에 수천 명의 아프간인들이 몰려들어 필사적으로 비행기에 오르려는 광경으로 이 같은 지적과 비판이 무섭게 증폭되면서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에게 향하고 있다.

그러나 나토 사무총장은 미군의 성급한 철수보다는 탈레반 수도 진격에 해외로 도주한 아슈라프 가니 대통령을 비롯 주민 피해라는 허울 좋은 명분으로 아프간 병사들에게 탈레반과 싸우지 말 것을 종용한 주지사 및 탈레반과 진즉 타협한 지방 군벌 등을 군대 몰락의 원인으로 꼽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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