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뚫리지 않는 요새 건설 아니라 보초 배치해 대응 준비하는 것
면역력 감소해도 바이러스 재침투 시 인체 기억세포가 새 항체 생성
CNN의 최근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1억6400만명 이상의 미국 인구 가운데 코로나19로 숨진 사람은 1507명으로 0.001%에도 못 미쳤고, 입원한 사람도 7101명으로 0.005% 미만이었다. CDC는 이를 백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로 내세우고 있다. 백신 접종 후 돌파감염이 발생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한 위험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에머리 대학 의대의 카를로스 델 리오 전염병학과 박사는 독감 백신 접종을 예로 들면서 "백신 접종은 심각한 중증 현상과 죽음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감염을 원천 차단하는 것은 결코 목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돌파감염(breakthrough infection)이란 용어 자체도 잘못된 것으로 이러한 어휘 사용에 반대한다고 덧붙얐다.
모더나 백신 개발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했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의 버니 그레임엄 부소장은 "모더나 백신은 면역글로부린(IgG)을 만들어내 폐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차단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코와 목에 대한 보호는 상대적으로 약하다. 바이러스가 증식된다고 해도 코와 목에서는 혈액 내 IgG 수치가 훨씬 높다. 심각한 증상을 일으키는 폐의 보호가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신규 감염자들 가운데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보다는 아예 접종을 하지 않는 등 접종을 완료하지 않은 사람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도 백신 접종이 효과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 역시 이러한 그레이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또 면역력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감소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얼마나 오랜 시간 지속되는지 알기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면역력이 감소한다고 해도 백신 접종의 효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샌프란시스코 대학 병원의 모니카 간디 부교수는 "면역력이 저하된다고 백신에 결함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면역 글로빈 감소는 정상적인 것이다. 하지만 면역력이 한 번 생긴 후에는 인체가 이를 기억해 익숙한 바이러스 또는 박테리아가 침투하면 새로운 항체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레이엄은 "백신을 접종하는 것은 인체에 뚫을 수 없는 요새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보초나 경계병을 배치해 미리 경고를 보내고 인체의 면역체계가 방어에 나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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