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2020]'금·금·금' 약소국의 반란…올림픽 '새역사·최초' 썼다

기사등록 2021/07/27 15:19:54 최종수정 2021/07/27 17:10:50

필리핀·버뮤다는 국가 사상 첫 금메달

코소보, 유도 金2개…일본 싹쓸이 저지

태권도, 스포츠 약소국가에 기회의 땅

[도쿄=AP/뉴시스] 필리핀 역도 영웅 하이딜린 디아스. 2021.07.26.
[서울=뉴시스] 배민욱 기자 = '2020 도쿄올림픽' 대회 초반 스포츠 약소국들의 기세가 무섭다. 단순히 선전 수준이 아니다. 스포츠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금메달을 잇따라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스포츠 약소국 선수들은 악조건을 딛고 금메달을 수확하며 자신과 조국을 올림픽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기고 있다.

하이딜린 디아스(30)는 필리핀에 올림픽 역사상 첫 금메달을 안겼다.

디아스는 지난 26일 일본 도쿄 국제포럼에서 열린 역도 여자 55㎏급 A그룹 경기에서 인상 97㎏, 용상 127㎏으로 합계 224㎏을 기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필리핀이 금메달을 획득한 건 1924년 올림픽 참가 후 처음이다.

디아스는 27일 필리핀 매체 래플러와 인터뷰에서 "금메달이 믿기지 않는다. 신은 위대하다"고 소감을 전했다.

디아스는 필리핀 역도 영웅이다. 지난 2008 베이징 대회에서 필리핀 여자 역도 선수로는 최초로 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그는 3번째 올림픽 무대였던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에서 은메달을 따 필리핀 역도 사상 첫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이라는 최고의 목표를 달성했다.

필리핀 정부와 기업도 포상으로 화답했다. 디아스는 3300만 페소(약 7억5000만원)의 포상금과 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버뮤다도 국가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 획득의 주인공을 탄생시켰다. 버뮤다는 북대서양에 위치한 수백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졌다. 영국령의 섬나라다. 인구 6만4000명으로 추산된다.
[도쿄=AP/뉴시스] 버뮤다 첫 올림픽 금메달리스 플로라 더피. 2021.07.27.
플로라 더피(33)는 27일 열린 여자 철인3종 경기에서 1시간55분36초로 결승전을 통과했다. 2위인 영국의 조지아 테일러 브라운을 1분 이상 따돌리고 감격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버뮤다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메달 획득도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이후 45년만이다. 더피의 금메달은 올림픽 출전 4번만에 이뤄졌다.

인구 188만명의 작은 나라 코소보도 빼놓을 수 있다. 코소보는 2008년 세르비아에서 독립한 신생국가다. 1990년대 후반 세르비아에 분리·독립을 요구하던 알바니아계 코소보 주민과 세르비아 정부군이 벌인 비극의 코소보 전쟁을 경험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레슬링, 복싱, 사격, 수영, 유도, 육상에서 11명(남자 5명·여자 6명)이 출전했다. 유도에서만 금메달을 2개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이들은 종주국 일본의 금메달 싹쓸이를 저지했다.

코소보 디스트리아 크라스니키는 24일 여자 유도 48kg급 정상에 올랐다. 그는 일본의 도나키 후나에게 절반승을 거둬 일본의 유도 석권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노라 자코바(28)는 26일 여자 유도 57kg급 결승전에서 프랑스 사라 레오니에 시시크를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특히 강호 요시다 쓰카사(일본)를 준결승에서 꺾었다.

박태환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수영 남자 자유형 400m에서는 튀니지에서 챔피언이 나왔다.

[도쿄=AP/뉴시스]도쿄올림픽 자유형 400m 깜짝 금메달을 차지한 튀니지의 하프나오이 아메드. 2021.07.25.
튀니지의 만 19세 선수 하프나오이 아메드는 25일 도쿄 아쿠아틱스 센터에서 열린 대회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3초36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튀니지 수영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대회에 나선 아메드는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유형 400m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이번 대회 전까지 무명에 가까운 선수였지만 금메달까지 따내는 기적을 만들었다.

아메드는 "꿈이 이뤄졌다. 예선보다 오늘 느낌이 좋았는데 이렇게 될 줄 몰랐다"며 "스스로도 놀랍다. 믿을 수가 없다"고 감격스러워했다.

태권도는 스포츠 약소국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우즈베키스탄·튀니지·세르비아·이스라엘·태국·대만·터키 선수가 24~25일 태권도 경기 시상대에 올랐다. 

종주국 한국이 부진한 가운데 미국, 중국,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등 스포츠 강국을 제외하고도 다양한 국가에 메달이 고르게 돌아간 것이다.

도쿄올림픽에서도 의미있는 기록이 탄생했다. 24일 여자 49㎏에서 파니파크 옹파타나키트가 우승했다. 그는 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태권도 금메달을 거머줬다. 25일 남자 68㎏급 16강에서 한국의 이대훈을 꺾은 울루그벡 라시토프도 우즈베키스탄에 첫번째 태권도 금메달을 선물했다.

에콰도르의 리차드 카라파스는 사이클 남자 개인도로에서 우승했다. 홍콩의 청카룽은 펜싱 남자 플뢰레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올림픽 펜싱 역사상 홍콩의 첫 메달이었다. 이란의 자바드 포루기는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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