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여유 있는 분에 양해"…재난지원금 관련 첫 입장
확장 재정 당위성 역설…'전국민' 민주당案 지지 우회적 표명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보좌관 회의에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차 추경안에 대한 의미를 재확인 하고,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정부의 신속 집행을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2차 추경안에 담은 민생경제 회복에 대한 정부의 강한 의지를 설명한 분량과 비슷하게 확장 재정 기조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당이 설정한 전국민 재난지원금의 방향성의 당위성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이번 추경은 백신과 방역에 필요한 예산과 함께 소상공인의 경제적 피해를 두텁게 지원하는 데 중점을 뒀고, 고용회복과 민생안정을 위한 지원 의지를 담았다"면서 "소상공인의 피해를 최대한 두텁고 폭넓게 지원하기 위해 희망회복자금의 금액을 최대 2000만 원까지 대폭 인상하고 지원대상도 확대했으며, 거리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손실보상 예산도 크게 늘렸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지원금에서도 맞벌이 가구와 1인 가구의 지원 기준을 대폭 완화해 대다수 국민들께 25만 원씩 국민지원금을 드릴 수 있게 됐으며,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추가로 10만 원을 더 지원하기로 했다"면서 "상생소비 지원금도 포함해 방역상황에 따라 적절한 시기에 시행할 수 있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전 국민 지원은 아니지만, 국민 다수가 힘겨운 시기를 건너고 있고, 많은 분들이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양해의 말씀을 구한다"며 재난지원금 지급 규모 변경에 관련한 사실상 첫 입장을 밝혔다.
재난지원금 지급 방식과 규모를 둘러싼 당정 간 충돌 과정에도 관련 언급을 자제해왔던 문 대통령이 약 한 달만에 공개 입장을 표명한 것은 2차 추경안의 국회 통과 시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해임 건의 카드'를 운운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까지 가세해 홍 부총리를 압박하는 모양새를 피하기 위해 표면적으로 '국회의 시간'을 존중해 온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24일 2차 추경안을 의결하는 임시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민상생지원금은 국회 논의 과정에서 지급대상을 확대하는 것으로 결정됐다"며 "더이상의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 코로나로 지쳐있는 국민들께 힘이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신속하고 원활한 집행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재난지원금 당정 갈등 해소와 관련해 김 총리가 이틀 전 운을 떼고 문 대통령이 매듭을 짓는 단계적 방식을 취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이제 추경을 집행하는 정부의 시간"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맥락 위에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재난지원금의 명칭을 '국민지원금'으로 규정한 것도 당정이 기존 2차 추경안 대비 예산 규모를 8%p 늘리는 방식으로 절충점을 찾은 상황을 감안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지원금 명칭을 통해 과거 당정 충돌이 재소환 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세계 각국은 코로나 위기를 헤쳐나가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며 정부의 역할과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라면서 "확장 재정 기조에 따라 매년 예산 규모를 크게 늘려온 것에 더해, 코로나 위기 국면에서 지난해 네 차례 추경에 이어 올해 두 차례 추경까지, 위기극복과 경제회복, 민생회복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높여 왔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어느 나라보다 빠른 경제회복을 이루고 있다.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하고 있고, 올해 4% 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며 "코로나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시장 소득 불평등을 재정을 통해 완화하며 분배를 개선하는 효과도 내고 있다. 국제신용평가사들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코로나 위기 상황에서도 일관되게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며 안정적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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