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돈 풀어라" 압박에도 2조 국채상환 사수…건전성 확보 시동

기사등록 2021/07/24 03:01:48

2차 추경 34조9000억원 국회 통과…1.9조원 늘어나

캐시백 등 추경예산 감액…본예산 지출 구조조정도

통합재정수지 적자규모 90.3조…GDP 적자비율 4.4%

국가채무 963조9000억원…국채상환으로 일부 개선

[서울=뉴시스] 전신 기자 =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89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2021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이 재석 237인, 찬성 208인, 반대 17인, 기권 12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2021.07.24. photo1006@newsis.com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정부가 31조5000억원에 달하는 초과 세수 가운데 2조원을 나랏빚 갚는 데 쓰기로 했다. 여당의 국채상환 유예 압박에도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홍남기의 의지가 관철된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는 24일 본회의를 열고 34조900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처리했다. 지난 2일 국회에 제출된 정부안 33조원보다는 1조9000억원 늘어나면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세출 증액 규모를 보였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를 보완하면서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가 88%로 확대되고 코로나19 4차 대유행으로 피해가 가중된 소상공인 지원을 강화하면서다.

증액된 추경 재원은 적자국채 발행 없이 신용카드 캐시백, 소비쿠폰 예산, 단기 일자리 예산 등 추경예산 감액과 함께 국고채 이자율 조정, 본예산의 지출 구조조정 등을 활용해 충당하기로 했다. 정부가 강력하게 주장한 국채상환 2조원도 그대로 원안을 유지했다.

앞서 여당은 2조원 국채상환을 미뤄야 한다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강하게 압박해왔다. 코로나 4차 유행이 시작되면서 상황이 급변한 만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두텁게 지원하고 재난지원금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 위해 2조원을 추경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국가채무가 빠르게 늘어나는 등 재정이 급속도로 악화된 만큼 초과 세수의 일부는 나랏빚을 갚는 데 활용해야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재정건전성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여줘 국가 신용등급을 관리하겠다는 의도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부총리는 지난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얼마 전 국제신용평가사와 협의하는 과정에서 비록 적은 금액이지만 2조원이라도 채무 상환에 반영한 것에 대해 신용평가사에서 (긍정적으로) 감안했다"며 "국채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있고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있어 전략적으로 고려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국제신용평가사 피치(Fitch)는 지난 22일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발표하며 올해 2차 추경 재원을 추가 세수로 충당하고 추가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봤다. 또한 국채를 일부 상환하면서 중단기 재정지표가 기존 전망보다 개선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김부겸(왼쪽) 국무총리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1.07.06. kmx1105@newsis.com

정부가 2조원을 나랏빚을 갚는 데 쓰면서 올해 재정지표는 소폭 개선될 전망이다. 추경 심사 과정에서 총지출 규모가 증액되면서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적자 규모는 90조3000억원으로 1차 추경(-89조9000억원)보다 4000억원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경상성장률(물가 변동분을 반영한 성장률)이 애초 4.4%에서 5.6%로 상향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통합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4.4%로 1차 추경(-4.5%)보다 0.1%포인트(p)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국가채무 역시 1차 추경(965조9000억원)보다 2조원 감소한 963조9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올해 본예산(956조원)보다는 7조9000억원 늘어난 규모다.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차 추경 48.2%보다 1%p 개선된 47.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는 추경 순효과 0.1%p에 경상성장률 전망 상향 효과 0.9%p가 반영됐다.

일각에서는 코로나19 확산 대응 과정에서 재정이 크게 악화된 만큼 2조원 국채상환 규모가 너무 적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805조2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이번 추경 통과로 963조9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내년에는 나랏빚이 1061조4000억원으로 1000조원을 훌쩍 넘어서게 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에도 초슈퍼예산을 예고함에 따라 재정 악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반면 정부가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해 말 국회에 제출한 재정준칙은 반년 넘게 공회전 중이다. 정부는 2025년 도입을 목표로 국가채무비율을 GDP 대비 60%, 통합재정수지적자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는 재정준칙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여당은 코로나19로 불확실한 상황에 시기적으로 재정준칙 도입이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야당 역시 재정준칙이 느슨하다는 근거로 반대하면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연장된 23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시민들이 분주하게 이동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전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확산세를 감안해 다음 달 8일까지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를 연장하기로 했다. 2021.07.23. jhop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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