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인출시 사기 들통 나지 않게 그럴싸한 사유도 만들어 줘
특히 '코로나 시국'에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심리를 이용해 '무이자 대출'을 빙자한 수법을 비롯해 사기 피해자들이 금융기관 직원들에게 보이스피싱 의심을 사지 않고 거액을 인출할 수 있도록 그럴싸한 거짓 사유를 만들어주는 사례까지 나오고 있다.
22일 경찰청에 따르면 2018년 전화금융사기 신고 건수 3만4132건, 피해금액 4040억 원이던 것이 2019년에는 3만7667건, 639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코로나19가 본격 시작된 지난해에는 발생 건수는 3만1681건으로 감소했지만 피해금액은 700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화금융사기 범죄는 노약자나 주부, 학생, 회사원 등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조직화된 역할 분담으로 범행하거나 문서 위조와 악성 프로그램 유도 등 범행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
경기 안양 시내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A(54)씨는 최근 전화금융사기 조직이 보낸 대출 광고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고 수 천만 원을 날렸다.
A씨는 시중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제1금융권에 속하는 '○○은행'에서 보낸 '코로나19 무이자 특별대출 사전 승인'이라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대출 관련 상담을 위해 연락했다.
전화가 연결된 상담원은 A씨에게 '1.9% 금리로 9000만 원을 대출해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내놓았다.
다만 A씨가 시중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은 내역이 있기 때문에 저금리로 대출을 받으려면 이를 우선 변제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이 상담원은 직접 사람을 보낼 테니 기존에 받았던 대출금과 함께 보증금을 마련해 건넬 것을 요구했고, A씨는 지난 19일과 20일 이틀 간에 걸쳐 다른 수금책에게 현금 2000여만 원을 보냈다.
경찰은 A씨가 전화금융사기 범죄 피해를 당했다고 판단하고 커피숍에서 잠복해 돈을 받아가려고 가게를 찾아온 수금책 B(41)씨를 사기 혐의로 현장에서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기 광주시에서는 지난 14일 새마을금고에 찾아온 고객이 전화금융사기 덫에 걸려 3000만 원을 날릴 뻔 했다.
C씨는 수사기관 직원을 사칭한 조직원이 "사기에 연루됐는데 금융자산을 보호해주겠다"고 속인 후 새마을금고로 유인해 현금 인출을 유도했다.
이 과정에서 조직원은 큰 액수를 인출한 C씨가 금융기관 직원에게 보이스피싱 피해 의심을 받아 사기범행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지 않도록 아들 결혼자금 용도로 쓰는 것이라고 은행 측에 둘러댈 것을 주문했다.
이 조직원은 C씨에게 보안상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은행 측에 거짓 사유를 대야 한다고 설득했다.
다행히 C씨는 돈을 인출한 뒤 누군가와 통화하는 모습을 수상하게 여긴 은행 직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고, 전화금융사기 조직원에게 돈이 넘어가기 전에 범행을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2월에는 전북 순창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소속 '김민수 검사'를 사칭한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20대 취업준비생이 거짓 수사 압박을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도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저금리 대출 등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반드시 해당 은행을 방문해 확인해야 한다”며 “은행직원을 보낼 테니 직접 자금을 전달하라고 하면 무조건 사기인 만큼 즉시 전화를 끊고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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