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Metaverse)란 가공·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세계와 같은 사회·경제·문화 활동이 이뤄지는 3차원 가상세계를 일컫는다. 현실과 단절되고 현실 그대로를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가상과 현실이 상호 작용하는 공간이다. 최근 5G 상용화와 함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등을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추세가 확산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19일 IT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자동차 업계 최초로 제페토에서 쏘나타 N 라인을 가상 시승 체험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쏘나타를 메타버스에 노출해 잠재 고객인 MZ세대와 소통하는 동시에 차량의 하이테크 이미지를 강화하고 신기술 선도 브랜드 이미지를 굳히기 위함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상반기 채용된 신입사원 200여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8일부터 실시 중인 입문 교육 일정에 메타버스 체험과 비대면 랜선 여행 프로그램을 신규로 도입했다. 신입사원들은 제페토를 이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만든 뒤, 조별로 가상공간 속 인기 장소들을 체험했다.
금융업계도 제페토에 잇따라 둥지를 틀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제페토에 가상세계 연수원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열었다. 하나금융그룹이 2019년 5월 인천 청라에 문을 연 실제 연수원의 구조와 외형을 본떴다. 이곳에서 박성호 하나은행장은 아바타 캐릭터 '라울'로 참석, 신입행원들과 기념사진을 촬영하며 소통했다.
권광석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제페토에서 MZ세대 직원들과 만남을 가졌다. 자신의 닉네임을 '전광석화'로 붙이고 대화를 나누며 셀카를 찍었다.
제페토는 프랑스 파리 본사에 위치한 세계적인 패션기업 LVMH그룹과 함께 지난 16일 크리스챤 디올의 가상 메이크업 콜렉션 9종을 출시했다. 공개된 디올 콜렉션은 Z세대들에게 어필가능한 클래식한 메이크업 룩부터 개성 강하고 화려한 메이크업까지 다양하게 구성됐다. 세계적인 메이크업 디렉터 피터 필립스가 제페토만을 위한 한정 스케치를 선사하며 협업을 먼저 요청했다고 제페토는 강조했다.
앞서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에 이탈리아 피렌체 본사를 배경으로 한 가상 매장 '구찌 빌라'를 열었다. 이용자들은 자신의 아바타에 직접 구찌 패션 아이템을 착용해 볼 수 있다.
구찌, 크리스챤 디올 외에도 나이키, 컨버스, 노스페이스 등이 제페토 입점해 협업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앞다퉈 고객의 눈을 끌기 위해 제페토에 가상 매장을 열고 있다.
KT는 지난달 제페토에 메타버스 연구장인 '수원 KT위즈파크'를 개장했다. 메타버스상에서 황재균 선수는 팬미팅을 갖기도 했다.
아울러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유명 아이돌 그룹도 제페토에서 아바타를 만들어 전 세계 팬과 소통하고 있다.
이렇게 제페토에 기업들이 연이어 입점하는 이유는 네이버가 급성장하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명실상부 아시아 최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네이버가 2018년 8월 전세계 165여개국에 출시한 제페토는 아시아의 로블록스로 꼽힌다. 글로벌 가입자가 2억명이 넘고 이중 해외 이용자 90%, 10대 이용자가 80%가량을 차지한다.
더군다나 코로나19가 세계를 강타한 가운데 제페토가 제공하는 메타버스 공간은 감염 우려를 피하면서도 만남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 기업 PwC는 메타버스 관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시장 규모가 지난 2019년 455억 달러에서 2030년 1조5429억 달러로 34배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기존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가 제공했던 '제페토'는 '네이버제트'라는 별도 법인으로 분사해 지난해 5월 출범했다. 스노우의 자회사이자 네이버의 손자회사 형태이다. 제페토에는 하이브(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70억원, JYP엔터테인먼트 50억원, YG엔터테인먼트 50억원 등이 지분 투자했다.
분사 후 제페토는 자체적인 아바타 플랫폼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제페토는 향후 이용자들이 의상을 비롯한 다양한 아이템을 직접 제작하고, 또 판매까지 할 수 있는 제페토만의 창작자 플랫폼 '제페토월드'를 구축할 계획이다. 그간 규모를 키우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익화의 물꼬를 도모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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