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③] MZ세대들 가장 열광…왜?

기사등록 2021/07/18 15:07:00 최종수정 2021/07/26 09:08:38
[서울=뉴시스] 제페토 트와이스 티저 장면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가 MZ세대(밀레니엄+Z세대, 1980년~2000년대 초반 출생)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 세대 가운데 MZ세대가 메타버스에 가장 열광하고 있는 현상을 놓고 뉴시스가 전문가 5인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전문가들은 디지털에 익숙한 젊은층이 메타버스에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가상 세계에서는 현실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게 이룰 수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꼽았다.

메타버스는 가상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가리키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로, 현실을 초월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최근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미국에서는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가, 국내에서는 제페토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디지털에 익숙한 세대가 쉽게 접근…가상환경에서는 의지대로 실현

메타버스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로블록스는 미국 청소년들이 즐기는 게임 플랫폼이다. 3차원(3D) 아바타와 함께 가상세계를 탐험할 수 있고, 직접 게임 제작도 할 수 있다. 미국 Z세대의 55%가 로블록스에 가입했으며, 일일 평균 4000만 명의 이용자가 로블록스에 접속한다.

네이버가 만든 제페토는 얼굴 인식·증강현실(AR) 등을 이용해 아바타와 가상세계를 만드는 플랫폼이다. 네이버제트에 따르면 제페토를 이용하는 2억명 중 80%가 10대이고, 90%는 외국인이다. 제페토는 유명 연예인들의 팬 플랫폼로도 활용된다. 최근 열린 걸그룹 블랙핑크와 잇지(ITZY)의 가상 팬 미팅에는 각각 5000만 명, 680만 명이 방문했다.

김상균 강원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18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제페토에서는 청소년들이 드라마를 만들고, 로블록스에서는 게임 아이템을 만들어 1년에 수십억을 번 Z세대도 있다. 현실공간에서는 드라마, 게임 등 창작을 하기 위해 승인을 많이 받아야 하지만, 메타버스에서는 끊임없이 창작할 수 있다"면서 MZ세대가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박주성 기자 = LG전자가 최근 소프트웨어 전문가 교육과정을 마친 직원들이 같은 공간에서 수료의 기쁨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메타버스 수료식을 열었다. 아바타의 모습으로 수료식에 참가한 직원들은 LG전자가 가상공간에 구축한 CMU(Carnegie Mellon University) 캠퍼스의 행사장에서 수료증을 받고 동료들과 수료의 기쁨을 나눴다. (사진=LG전자 제공). 2021.07.0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는 "컴퓨터에 익숙한 MZ세대가 게임을 많이 하면서 (메타버스에도) 쉽게 접근 할 수 있다"며 "또 현실에서는 코로나19로 취업 등 어려움이 많은데, 게임은 자기 무기를 쌓아놓는 것처럼 꿈을 펼치기가 현실보다도 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주용완 강릉원주대 교수도 "게임과 디지털에 익숙한 사람들이 메타버스에서 활동하기 쉽다"면서 "MZ세대가 주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MZ세대들은 메타버스에서 오프라인과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오프라인에서 하지 못한 플렉스(flex·힙합문화에서 유래한 자신의 부를 과시하는 행동)라던가 대리 만족을 할 수 있다"며 "명품 구찌를 싸게 사서 과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 2월 제페토에서 60여 종의 의상, 신발, 가방 등을 공개하고 '구찌 빌라'를 만들어 아바타가 자유롭게 상품을 입어볼 수 있게 했다.

최근에는 미래의 주된 소비계층인 10~20대를 미리 포섭하기 위해 국내·외 유수 기업들이 메타버스 내에 속속 입점하고 있다. 초기에는 자신의 아타바를 개성 있게 꾸미는 데 용이한 패션 회사들이나 유행에 민감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들이 주로 진출했다면, 현재는 유통, 자동차, 금융업계 등에서 다양한 기업들이 들어오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존 온라인보다 메타버스를 통한 경험이 더 짜릿하고 멋질수 있다"며 "제페토에서는 아바타에 옷을 입히는 등 가상환경에서 자기를 가꾸고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불안감 큰 세대…메타버스는 새 자산 형성이 가능한 공간

전 세계적으로 메타버스 열풍이 부는 가운데 MZ세대가 특히 열광하는 것은 이들이 경제적으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남궁성 도로교통연구원 ICT융합연구실장은 "MZ세대는 '이뤄놓은 세대'가 아니라, '이뤄야 하는 세대'"라면서 "MZ세대는 무엇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MZ세대가 전 세대 중 불안이 가장 강하니깐, 메타버스에서 무언가를 해보려고 한다"며 "가상 세계에서는 리스크 프리(위험이 없음)하다보니 좀더 하게 된다"고 짚었다.

▲크리에이터 이채윤 (8만 구독자)의 제페토 활용모습
주용완 교수는 MZ세대가 겪어온 환경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교수는 "MZ세대는 경제적으로 혜택을 보지 못했다. 평생 직장 개념도 없다"며 "메타버스를 단순 놀이로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적성·취미에 맞는 생산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MZ세대는 개인의 행복과 즐거움 추구를 우선시한다. 노동으로 얻는 소득이 한계가 있다는 것을 체험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메타버스는 즐거움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장"이라고 덧붙였다.

네이버제트는 이용자가 착용 가능한 의상 등 다양한 아이템을 만들고 수익을 낼 수 있도록 지난해 4월 ‘제페토 스튜디오’를 출시했다. 제페토에서 판매되는 아이템 중 80% 이상이 이용자가 제페토 스튜디오를 활용해 직접 만들었다. 이들이 제작한 아이템은 2500만 개 이상 팔렸다.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전업 제페토 의상 디자이너가 되거나, 아바타들이 놀 수 있는 맵(map)을 만들어 유통하는 가상 건축가들이 생겨났으며, 이들 중 월 300만원 이상 순수익을 올리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유튜브 크리에이터들도 제페토 등 메타버스 플랫폼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91만 유튜브 구독자를 보유한 크리에이터 '띠미'와 아역 배우 겸 크리에이터인 '이채윤'(8만 구독자 보유)은 제페토에서 활동한다. 이들은 두터운 10대 팬층을 바탕으로 가상세계로 들어와 포토·비디오 부스를 활용한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김상균 교수는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MZ세대가 '21세기 콜럼버스'와 같다고 했다. 메타버스를 새로운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선점하려고 한다는 이유에서다.

김 교수는 "기성 세대는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를 통해 자산을 확보한 반면, MZ세대들은 확보 기회 자체가 박탈됐다. 기존 자산 가치가 너무 올라갔기 때문"이라며 "이들은 메타버스를 새 자산을 형성할 수 있는 하나의 공간으로 보기도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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