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 AI 검사로 심혈관 질환 위험도 예측

기사등록 2021/07/15 15:01:35

연세의대·싱가포르 Duke-NUS 의대·메디웨일 등 공동연구

망막 사진 활용 심혈관 질환 위험 예측 AI 알고리즘 개발

[서울=뉴시스] 왼쪽 상단부터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 안과 김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싱가포르 Duke-NUS 의대 임형택 교수. (사진= 세브란스병원 제공) 2021.07.15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국내외 연구진이 망막의 미세한 혈관 변화를 관찰해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를 예측한 것을 바탕으로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김현창 교수,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박성하 교수, 안과 김성수 교수, 강남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이병권 교수, 싱가포르 Duke-NUS 의대 임형택 교수, 국내 스타트업 메디웨일, 필립메디컬센터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팀은 망막 AI 검사로 심근경색, 협심증 등 관상동맥 질환의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공동 연구팀은 ‘관상동맥 석회화지수’와 ‘망막’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2018년부터 AI 딥러닝을 적용해 좀 더 간단하고 외부로부터 기기 삽입이 필요 없으면서 방사선 노출 위험이 없는 심혈관 위험도 평가법에 대해 연구해 왔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의 건강검진 자료 중 디지털 망막 사진에 딥러닝 기법들을 적용해 망막사진으로부터 관상동맥 석회화 지수 유무를 판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를 기반으로 심혈관 위험평가 소프트웨어인 AI 의료기기 ‘DrNoon for CVD’를 개발했다. 이 의료기기는 망막 AI 검사를 통해 심혈관 질환 발생을 3개 군(저위험·중위험·고위험군)으로 나누고 의료진에게 치료 근거를 제시한다.

연구팀은 박 교수팀의 전향적 코호트(동일집단) ‘심뇌혈관 질환 고위험군 맞춤예방’ 자료를 활용해 위험평가 도구를 검증한 결과 망막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판정받은 환자군과 관상동맥 석회화지수 검사에서 ‘고위험’으로 확인된 환자군이 동등하게 심혈관 질환에 걸리고 사망이 발생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위험평가 도구는 미국심장학회 고지혈증 치료지침상 중등도 위험군 환자 중 치료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는 환자를 선별하기 위해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검사 대신 망막촬영을 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었다.

김성수 교수는 “망막사진은 안과에서 쉽게 촬영할 수 있어 진단 솔루션을 도입할 경우 안과가 일종의 간이 건강진단 센터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심장내과나 다른 1차 진료기관에서도 이를 확인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큰 환자를 조기 발견할 수 있다면 장기적으로 필수적인 검사 수단으로 보급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형택 교수는 “망막과 전신 질환과의 연관성에 딥러닝을 적용하는 것은 아직은 초기 단계로, 실제 임상 적용에서는 여러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전했다.

망막은 인체 장기 중 유일하게 의사가 동맥과 정맥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기관이다. 1990년대 대규모 연구를 통해 망막에서 출혈, 부종, 혈관 이상이 있으면 심혈관 질환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 증명됐고, 고혈압 환자의 망막을 관찰해 고혈압성 망막병증을 확인하는 것은 고혈압 중등도 평가를 위한 국제 임상 치료지침에 포함돼 있다.

이번에 개발된 알고리즘은 최근 유럽에서 품목허가 인증을 받았고, 싱가포르에서는 인증 마무리 단계에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12월 혁신 의료기기로 지정돼 산업화 단계를 밟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 의학 학술지 '더 란셋(The Lancet)'의 자매지 '더 란셋 디지털 헬스'(The Lancet Digital Health)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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