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자개입 옥살이' 이목희, 재심서 무죄…"희대의 악법"(종합)

기사등록 2021/07/15 15:02:25

전두환시절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위반

법원 "일제 때나 있었던 비합리적 조항"

이목희 "국제적 조롱 대상 희대의 악법"

[서울=뉴시스]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목희씨가 15일 선고 뒤 기자들과 만나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1.7.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외부에서 노동조합에 개입하지 못하도록 한 이른바 '제3자 개입금지' 위반 혐의로 구속됐던 이목희 전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최수환)는 15일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부위원장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이 전 부위원장은 1981년 노동자나 노조원이 아닌 노조 기획전문위원 신분으로 봉제공장 서통의 기관지 상록수 초안을 일부 수정하는 방법 등으로 노조에 개입했다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1980년 12월31일 국가보위입법회의에 의해 삽입돼 외부에서 노조 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표적인 노동악법으로 불렸다. 해당 조항은 1997년 삭제됐다. 이 전 부위원장은 이 조항 관련 첫 구속 사례다.

당시 이 전 부위원장의 공소사실에는 서통 노조 지부장 배씨 등에게 노조 기능, 운영 방법, 노동운동을 교육하고 상록수 초안 수정을 조언하는 방법으로 조종 선동하거나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단체교섭에 개입했다는 혐의가 적용됐다.

이 전 부위원장은 1981년 6월3일 불법 체포돼 구속영장이 발부될 때까지 약 14일 동안 대공분실에서 고문을 당했다. 검찰은 이 전 부위원장에 허위자백을 받아내 그를 재판에 넘겼다.

이후 이 전 부위원장은 1981년 12월 1심에서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고 항소심에서 징역 1년으로 감형받은 뒤 상고를 포기하며 형이 그대로 확정됐다.

이날 40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이 전 부위원장은 불법 체포·감금돼 조사를 받았고 서통 노조 간부도 마찬가지다"며 "유죄 증거가 된 이 전 부위원장의 피의자신문조서나 서통 노조 간부들의 자술서는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이어 "상록수 등 인쇄물들도 형사소송법의 적법 절차를 거쳐 압수되지 않아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며 "공소사실의 주요 내용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다른 나라에 입법례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굳이 하면 일제 치하 조선의 독립운동, 노동운동을 탄압하기 위한 경찰청 처벌규칙만 찾아볼 수 있는 합리성이 극히 떨어지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정 경위나 폐기 경위 등을 살펴볼 때 이 조항은 제한적 해석이 필요할 뿐 아니라 그동안 대법원 판례에 비춰도 이 전 부위원장이 배씨를 조종 선동하거나 단체교섭에 제3자 개입했다고 볼 수 없다"고 무죄 판결했다.

판결이 끝난 뒤 이 전 부위원장은 "군사독재 시절 잘못된 기록이 40년 후이지만 바로 잡혀지게 된 것을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조항"이라며 "국제적으로 조롱의 대상이 되고 국내에서도 거센 저항이 일어 1997년 폐기됐다. 민주화 운동을 약화시킬 목적으로 만든 희대의 악법 조항"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