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9차례 연속 기준금리 0.50% 동결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5일 기준금리를 연 0.50%로 동결했다. 자산시장 과열과 함께 가계부채 급증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 본격화로 실물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은 만큼 당분간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0.5% 수준으로 동결했다. 한은 금통위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의 전세계 대유행이 가시화되자 금리를 연 1.25%에서 0.75%로 0.50%포인트 낮추는 '빅컷'을 단행했다. 그해 5월 0.50%로 추가 인하한 뒤 7월, 8월, 10월, 11월과 올해 1월, 2월, 4월, 5월에 이어 이번까지 아홉번째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이는 코로나19 4차 유행 충격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불과 2주 전만 해도 금융시장에서는 '7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2명-8월 금리인상-11월 금리인상' 또는 '7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1명-8월 금리인상 소수의견 2명-10월 금리인상-내년 1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대체적인 컨센서스였다. 특히 이주열 한은 총재가 지난달 24일 물가안정목표 설명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시점을 연내라고 못박고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한두 차례 인상한다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금리 인상이 한 번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아울러 이주열 총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이달 2일 조찬회동을 갖고 재정·통화정책은 경제상황과 역할에 따라 상호 보완적으로 운용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는 등 경제 정책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에 따라 8월 금리인상론은 더욱 힘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 4차 유행이 본격화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국내 경제에 먹구름이 다시 드리워졌다.
앞선 세 차례 대유행과 달리 전파력이 센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 조짐을 보이면서 경기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7일 발표한 '경제동향 7월호'에서 "변이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감염병 확진자 수도 급증함에 따라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향후 경기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2021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2% 달성을 기대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2월 전망(3.2%)보다 1%포인트 상향한 것으로, 하반기 코로나19 집단면역 달성과 소비심리 회복 등에 힘입어 경제 회복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경기가 안정적으로 회복될 때까지 통화정책 기조를 바꿀 때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 더 이상 금리인상을 지체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저금리가 지속되는 가운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과도하게 빚내서 투자)' 열풍으로 가계빚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은행 가계대출은 올해 2월 사상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세를 보여왔다. 한국은행이 전날 발표한 '2021년 6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에 비해 41조6000억원 늘었다. 올 상반기 가계대출 증가폭은 2004년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래 상반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나타냈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금융 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한국의 금융취약성지수(FVI)는 58.9로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73.6) 이후 13년 만에 가장 높았다. FVI는 대출 증감률·자산 가격 상승률·금융 회사의 건전성 등을 종합해 금융의 중·장기적인 상황을 평가하는 지수로, 외환 위기 당시인 1997년 11월을 100으로 놓고 산출한다. 이 지수가 올라간다는 것은 미래에 위기가 발생했을 때 금융과 경제가 받는 충격이 확산할 위험이 커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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