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매물 위주로"…비규제지역 틈새 갭투자 '꿈틀'

기사등록 2021/07/14 05:00:00

비규제지역 공시가 1억 미만 취득·양도세 중과 제외

갭투자 성행→집값 상승→실수요자 주거 불안 가중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서울의 한 아파트 단지. 2021.07.12.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최근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외지인들의 문의가 부쩍 늘었어요."

경기 평택시 고덕면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지난 1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평택 일대는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적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내 집을 마련하겠다는 실수요도 있지만, 시세차익을 노린 외지인들의 투자 문의가 대부분"이라며 "전국 각지에서 투자자의 문의가 많고, 1억원 미만의 저가 매물을 찾는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전셋값 급등으로 매맷값과 격차가 줄면서 비규제지역을 중심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일부 비규제지역이나 지방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80%에 육박하면서 집값이 더 오르기 전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의 집을 사려는 실수요와 소액 투자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겹치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은 7년 만에 60%대로 떨어졌으나, 비규제지역과 일부 지방에서는 80%에 육박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전국 아파트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율은 69.8%로 전월 대비 0.3%p(포인트) 하락했다. 권역별로 수도권이 전달(65.1%) 대비 0.4% 하락한 64.7%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 74.7%, 5대광역시 71.8%, 6대광역시 71.6%, 9개도 72.2%, 8개도 77.7% 등 비수도권의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특히 ▲강원 2곳 ▲경남 3곳 ▲경북 1곳 ▲광주광역시 1곳 ▲대구광역시 1곳 ▲전남 4곳 ▲전북 5곳 ▲충남 3곳 ▲충북 3곳 등의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섰다. 광주광역시 북구의 전세가율은 82.7%, 구미시는 82.2%, 대구광역시 북구는 80.1% 등으로 조사됐다.

갭투자는 경기 평택시에서 가장 많았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13일 기준 지난 2월 이후 최근 6개월간 경기 평택시의 갭투자 건수는 752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어 ▲경기 시흥시(618건) ▲경북 구미시(595건) ▲경남 김해시(519건) ▲충남 아산시(501건) ▲인천 계양구(454건) 등이 뒤를 이었다.

평택시는 갭투자가 몰리면서 집값도 상승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평택 아파트값은 전달 대비 3.93% 상승했다. KB국민은행이 주택가격을 조사하는 전국 163개 지역 가운데 8번째로 높은 상승률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주변 지역 대비 저평가된 단지를 위주로 실수요자와 투자자의 소형 평형 거래가 활발했다"며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로 인한 공시지가 1억원 미만 매물의 거래가 증가하면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국토부의 아파트실거래가조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6억5000만원에 매매된 평택 고덕신도시 내 고덕파라곤(전용면적 84㎡)은 지난 5월 8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이 단지 호가는 9억원 선이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거나 2주택까지 기존 취득세율(1~3%)을 적용 받는 비규제지역에서 실수요와 투자가 몰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적용받지 않는 공시가 1억원 미만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7·10 대책'에서 보유 주택 수에 따라 최대 12%까지 취득세율을 높였다. 하지만 공시가격 1억원 미만 아파트는 다주택자 여부와 상관없이 취득세 1.1%만 부과된다. 또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를 제외한 조정지역의 공시가격 3억원 미만 주택을 먼저 팔 경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서 제외된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 높은 비규제지역의 갭투자로 인해 집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전셋값 상승으로 매맷값과의 격차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지역에서 저가 매물을 중심으로 갭투자가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며 "시중에 풍부한 유동성과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갭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취득세 중과 등 각종 세금을 피할 수 있는 지역의 1억원 아파트를 중심으로 갭투자가 성행하면서 전셋값 상승이 집값을 올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값 상승으로 실수요자를 비롯해 원주민들의 주거 불안이 가중되고, 자칫 깡통전세로 인해 세입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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