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펜싱 신아람 '1초 오심' 희생양
초 단위로 경쟁하는 수영도 예외는 아니었다. 수영 종목에 터치 패드가 등장하는 계기가 된 사건도 오심에서 비롯됐다.
때는 1960년 로마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수영 자유형 남자 100m 결승전에서 존 데빗(호주)과 랜스 라슨(미국)이 물속에서 손을 뻗으며 거의 동시에 결승점에 들어왔다.
터치 패드가 없던 그 옛날 수영은 동 시간에 선수가 들어올 경우 심판들의 합의로 승자가 결정됐다.
그런데 1위 결정 심판 3명 중 2명은 데빗이 1위, 나머지 1명은 라슨이 1위라고 판정했고, 2위 결정 심판 3명 중 2명은 데빗이 2위, 라슨이 1위라고 판단했다.
결국 수석 심판들이 모여 긴 시간 의견을 나눴고, 데빗이 최종 2-1 판정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하지만 기계 측정에선 라슨이 데빗보다 더 빨랐다. 당시에는 레인마다 계시원 3명이 시간을 동시에 측정했는데, 3번 레인 데빗의 기록은 3개 모두 55.2초였다. 반면 4번 레인 라슨은 55.0초, 55.1초, 55.1초가 찍혔다.
그런데도 심판진은 데빗이 더 빨랐다고 판정했고, 결국 공식 기록은 55.2초로 정정됐다.
55.1초는 올림픽 신기록이었는데, 데빗이 우승자로 결정되면서 라슨은 새 기록도 인정받지 못했다.
판정에 뿔난 미국은 조직위원회에 경기 장면 비디오테이프 등을 증거로 제시하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이미 내려진 판정은 번복되지 않았다.
기계보다 인간의 눈을 더 신뢰한 올림픽 사상 가장 황당한 오심 이후 수영 종목에는 0.01초까지 잡아내는 터치 패드가 등장했고, 1968년 멕시코시티올림픽부터 적용되기 시작했다.
당시 5-5로 승부를 가르지 못한 채 돌입한 연장전에서 신아람은 종료 1초를 남기고 상대 브리타 하이데만(독일)의 공격을 3차례나 막았지만, 이상하게도 경기 시간은 줄어들지 않았다. 결국 신아람은 4번째 공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패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선 체조의 양태영이 판정의 희생양이 됐다. 당시 10점짜리 고난이도 점수를 펼치기도, 안마에서 엉덩방아를 찧은 미국 폴 햄보다 낮은 점수를 받아 금메달을 놓쳤다.
국제체조연맹(FIG)은 비디오 판독 후 이를 인정하고 오심을 한 심판 3명에게 중징계를 내렸지만, 결과 번복은 없었다.
그밖에 1972년 뮌헨올림픽에 남자 농구 소련과 미국의 결승에선 심판이 경기 시간을 더 주는 등 편파 판정으로 미국이 금메달을 놓친 것도 올림픽 역대 오심 중 하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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