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日언론, 한일관계 정치적 이용…유심히 지켜보고 있어"(종합)

기사등록 2021/07/11 17:28:21

청와대 "정상회담 개최 목적 아냐…일본 태도가 중요"

외교부 "日, 이런 태도 이어지면 협의 중단할 수 있어"

[서울=뉴시스]김진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6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07.06.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대로 김성진 기자 = 청와대와 정부는 11일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 올림픽 개막식 참석과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 양국 간 협의사항이 일본 정부 당국자 등에 의해 일본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것과 관련,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협의가 중단될 수 있다는 뜻을 밝혔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 통화에서 "최근 일본 언론 보도를 보면 대통령의 올림픽 참석 문제나 한일관계 개선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 듯한 인상이 있다"며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도쿄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연일 정부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문 대통령 방일'을 띄우고 있다.

앞서 일본 산케이 신문과 그 계열사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는 지난 6일 한일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문 대통령이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일본을 방문하겠다는 뜻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일본 마이니치 신문은 지난 8일 문 대통령이 정상회담 개최 검토에 들어갔다며, "한국이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일본은 짧은 시간의 회담으로 한정할 것"이라고 일본 정부의 입장을 실었다.

일본 민영 방송 네트워크인 JNN도 같은 날 한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한일 양국이 "오는 23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문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은 이날도 한일 정부가 도쿄올림픽 개막식 때 정상회담을 갖는 방안을 조율 중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일본 측이 한국 측의 정상회담 개최 요청에 수용한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했다.

잇따른 일본 언론의 일방적인 '문 대통령 방일 띄우기'는 도쿄도 선거에 참패 등으로 국내 정치 입지가 불안해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자구책 일환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유관중 올핌픽' 개최를 고집했던 스가 총리는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도쿄 지역에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수도권 지역 올림픽 경기를 '무관중'으로 치르기로 결정하면서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여기에 2주도 남지 않은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 의사를 밝힌 귀빈은 미국 질 바이든 여사와 2024년 하계올림픽 개최국인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뿐이다. 스가 총리 입장에서는 국내외 문제 타개를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의 방일이 중요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여전히 '성과 없는' 정상회담에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본의 수출규제나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 일본군 위안부 소송문제 등 과거사 문제에서 일본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 "정상회담 개최가 목적이 아니다"라며 "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성과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측은 1시간 정도의 정식 정상회담이 아닌 15분짜리 약식 회담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핵심 관계자는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향후 일본 측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AP/뉴시스]지난 8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스가 요시히데 총리가 도쿄도 긴급사태 선언 발령에 대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2021.07.09.
우리 외교부도 이날 양국 간 협의사항을 일본 정부가 일방적으로 유출하고 있다며 유감을 표명하면서, 일본 측의 이런 태도가 이어질 경우 협의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외교부 당국자는 오후 기자들에게 "양국 외교당국 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 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 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일본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 당부했다.

다만 외교부는 일본 정부와 도쿄 올림픽 계기 한일 정상회담 개최 방안을 협의한 것은 맞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최근 양국은 외교채널을 통해 도쿄 올림픽을 양국 간 현안해결의 계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긴밀히 협의해왔다"며 "특히 현안 해결의 모멘텀이 마련되고 적절한 격식이 갖춰진다는 전제하에 한일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정부는 그간 한일관계 관련 과거사와 미래지향적 협력을 분리해 대응한다는 투트랙 기조하에 양국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는 일본이 2019년 7월 수출규제 조치를 철회할 것과 과거사 문제 관련 한일 외교당국 간 대화를 통해 협의해 나가자는 입장을 그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고 정부 입장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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