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디지털세 논의 동향과 시사점
"디지털 인프라 구축된 선진국 혜택"
"대부분 국가 법인세수 증가 가능성"
"정부 외투 유치 혜택 점검·개선해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구글 등 다국적 기업에 합당한 세금을 물리려는 '디지털세'(Digital Tax) 제정과 관련해 "연내 최종 합의에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국가 간 조세 분쟁이 늘어날 수 있으므로 이에 대비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과거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게 될 다국적 기업의 움직임에도 주목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제공하던 기존 세제 혜택을 면밀히 검토하고, 이를 새 체계에 맞게 개선해 그 효과성을 더 키워야 한다는 필요성도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9일 '최근 디지털세 논의 동향과 시사점'이라는 이름의 보고서를 내고, "올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제 재건 계획을 마련하기 위해 세계 최저한세 도입을 통한 세수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그 결과 디지털세 논의가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렇게 밝혔다.
디지털세 논의는 '다국적 기업의 초과 이익(세계 매출액의 10%를 넘는 분) 일부(20% 이상)에 세금을 물릴 권리를 해당 이익이 생긴 국가에 배분하는 것'(필라(Pillar) 1)과 '세계 각국이 매기는 법인세율에 15%의 하한선을 두자는 것'(필라 2)으로 구성돼있다.
KIEP는 필라 1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 국가 간 조세 분쟁이 발생할 것으로 봤다. 디지털세 과세 대상 이익을 여러 국가가 나눠 갖게 된 만큼, 각국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맞서서다. 세수를 조금이라도 더 가져가기 위한 국가 간 힘겨루기가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필라 1에 따른 세수 증가 현상은 디지털 인프라가 잘 구축된 큰 규모의 국가에서 더 두드러진다는 것이 KIEP의 전망이다. 각국이 코로나19발 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 부양 정책을 추진하면서 다국적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필라 1의 적용 대상이 되는 다국적 기업의 숫자가 늘어날 수 있다.
필라 2의 도입으로는 조세 회피처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법인세수가 증가할 전망이다. KIEP는 "필라 1이 다국적 기업의 초과 이익 과세권이 본사 등 고정 사업장이 있는 국가에서 시장 소재국으로 일부 재분배되는 것이라면 필라 2는 세계적으로 다국적 기업의 실효 법인세율을 높이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디지털세 논의를 주도하면서 기업 간 거래(B2B) 업종으로까지 필라 1 적용 대상이 확대됐다. 이에 따라 한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에 미칠 영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디지털세 부과 기준은 최근 '연 매출액이 200억유로(약 27조원)를 넘고, 10% 이상의 이익률을 내는 다국적 기업'으로 정해졌는데, 연 매출액이 200조원 안팎인 삼성전자, 30조원 수준인 SK하이닉스가 이에 해당한다.
국가 간 법인세율 인하 경쟁이 완화하면서 세율이 높은 국가로의 해외 투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법인세율 이외에 규제 등이 다국적 기업의 투자를 가르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
KIEP는 "디지털세 합의안 이행 이후 법인세 감면 혜택의 영향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한국 정부의 외국인 투자 유치 혜택을 점검하고, 이를 개선해 투자를 더 유치할 수 있도록 선제 대응해야 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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