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악화에 코로나 여파…밥상물가 천장 뚫을 기세

기사등록 2021/07/06 14:11:03

대파 5천원·계란 7천원…하반기 수급불안 등 상승 압박 상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 평균 12.6%↑…30년 만에 최고

기상 악화로 작황 부진 공급 부족…AI 등 가축전염병도 요인

재난금, 물가 상승 부추길 수도…정부 "공급 회복에 하향 전망"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5일 오전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계란을 살펴보고 있다. 2021.07.05. amin2@newsis.com

[세종=뉴시스] 오종택 기자 = 작년 하반기부터 꿈틀대던 장바구니 물가가 올 상반기 큰 폭으로 치솟은 뒤 좀처럼 떨어질 줄 몰라 서민 살림살이를 팍팍하게 하고 있다.

작년에 3000원 하던 대파(1㎏)는 올해 5000원을 넘었고, 5000원 하던 계란 한 판(30구)은 7000원 중반대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사과·배(10개 기준)는 작년과 비교해 1만원 이상 오르는 등 밥상 물가가 천장을 뚫을 기세다.

정부는 하반기 점차 안정세를 찾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코로나19 장기화 속에 수급 불안과 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예측이 맞아 떨어질지는 의문이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 유통정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파 1㎏ 소매가격은 5226원으로 작년 평균(3070원)보다 70%나 상승했다. 깐마늘 1㎏은 1만원(1만746원)을 넘어 작년(8275)보다 30% 올랐다. 양파도 1㎏에 2882원으로 작년(2169원)보다 33% 상승했다.

지난해 10개 기준 2만3440원 하던 사과는 올해 상반기 3만3272원으로, 배는 작년 3만4329원에서 올해 4만6137원으로 1만원 이상 올랐다. 배는 이달 들어 5만원(4만9936원) 육박하는 등 계속 오르는 추세다.

작년 연말부터 오르기 시작한 계란 한판(30구) 가격은 상반기 평균 7331원으로 36% 상승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등도 10% 안팎에서 가격 상승이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전진환 기자 = 5일 오전 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사과를 구입하고 있다. 2021.07.05. amin2@newsis.com

이 같은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는 통계청 농축수산물 물가지수에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울해 1~6월 농축수산물 물가지수는 6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년 누계 대비 상반기 평균 12.6% 올라 2011년(12.5%) 이후 10년 만에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1991년(14.8%)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다.

정부는 농축산물 물가가 요동치자 정부 비축 물량을 풀고, 수입을 늘리는 등 가격 안정 대책을 가동 중이지만 아직 하락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올해 들어 농축산물 가격이 급등한 배경에는 지난해 여름 긴 장마와 잦은 태풍, 지난 겨울 한파, 올해 봄 저온현상 등 잇단 기상 악화에 따른 작황 부진이 크게 작용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집밥을 많이 해먹으면서 주요 농축산물 수요는 늘어나는데 공급이 부족한 수급 불안이 이어졌다. 아프리카 돼지열병(ASF)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등 가축 전염병도 축산물 가격 상승을 부추겼다.

범 상치 않은 물가 상승 분위기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추석을 전후해 생활물가가 급등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면밀하게 살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정부는 계란 가격 안정을 위해 수입 계란 관련 품목에 대한 긴급 할당관세 지원 기한을 연말까지 연장했다. 비축 물량 방출과 할인 행사(소비쿠폰) 등을 통해 가격 안정을 도모할 계획이다.

[충주=뉴시스]이병찬 기자 =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충북 충주시 산척면의 한 과수원에서 25일 매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1.05.25. bclee@newsis.com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가격 안정세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여러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충격으로 경제가 크게 위축되면서 한 동안 저물가가 지속됐다. 이러한 기저효과가 올해 나타나고 있다. 장마와 태풍 등 기상 상황 악화에 따른 재배면적 감소로 공급도 원활하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 유가 상승 등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물류·배송비가 오른 것도 농수산물 가격 증가에 한몫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집 밥 수요는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여름 휴가철을 지나 추석이 되면 수요가 급증해 물가 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으로 국민지원금 등이 지급되면 소비 심리가 살아나 가격 상승세로 이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

기획재쟁부는 "농축수산물 가격은 3분기 계란 공급량 회복과 4분기 곡물·과실류 수확기 도래에 따른 공급 회복으로 점차 하향 안정화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이억원 기재부 1차관은 지난주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서민 생활 안정과 과도한 인플레이션 기대 차단을 위해 선제적인 대응 노력을 강화하겠다"며 "다가오는 추석에 물가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공급 확대 등 성수품 관리 방안도 미리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4% 상승하며 3개월 연속 2%대를 기록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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