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하락 근거로 금리인상·공급확대 등 꼽아
경제 부처 장관들 잇따른 경고성 발언에 관심
전문가 "공급 가시화시 하락 우려…기다려야"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이 집값 상승을 부추겼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 부처 장관들의 잇따른 경고성 발언들이 추격매수 심리를 제어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장관은 지난 5일 세종켄벤션센터에서 가진 취임 이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하락 시기가 빨리 올지, 2~3년 뒤에 올지 모르겠으나 지금 구입할 때 무리하게 대출해서 구입한다면 나중에 처분해야 할 시점에 자산 가격 재조정이 일어나면 힘든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 장관은 이날 세 가지 요인을 집값 하락 가능성의 근거로 들었다. 우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다. 노 장관은 "한국은행 총재가 연내에 금리인상 가능성을 언급했다"며 "통화정책이 추진되면 집값 안정에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4일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연내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갈 것"이라며 금리인상 깜빡이를 켰다.
통상 금리인상은 집값 하락 요인으로 받아들여진다. 시중에 엄청나게 풀린 유동성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투자 수요가 위축되고, 이는 시장 거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속에 집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서는 게 일반적 현상이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시기와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에서는 금리인상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빠르면 8월에 시작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노 장관은 또 충분한 공급 물량을 집값 하락의 근거로 들었다. 정부는 지난해 주택정책을 수요 억제 정책에서 공급 확대 정책으로 선회한 후 물량 공세에 나서고 있다. 2025년까지 서울 32만 가구를 포함해 전국에 8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이달부터 사전청약을 시작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사천청약 물량도 처음 정부 계획은 9000가구였으나 6만 가구(올해 3만200가구, 내년 3만 가구)로 대폭 늘렸다.
사전청약은 본 청약 1~2년 전에 아파트를 조기에 공급하는 제도로, 현 시점에서 공급 물량이 늘어나는 만큼 일부 매수심리가 꺾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노 장관이 집값 거품을 경고하는 동시에 사천정약의 분양가격을 공개한 것도 매수심리를 가라앉히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토부가 공개한 분양가는 인천 계양지구 59㎡ 기준 3억5000만원~3억7000만원, 남양주 진접2 59㎡ 기준 3억4000만원~3억6000만원, 성남 복정1 51㎡ 기준 5억8000만원~6억원 등이다.
노 장관은 "신도시 사전청약이 60~80% 시세 수준으로 공급되고 2·4공급대책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선도사업 예정지역 물량이 7만 가구 이상 된다"며 "이런 사업들이 진행되는 걸 보고 (매수)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존주택 추격매수를 자제하고 3기신도시 청약을 통해 싼 값에 주택을 마련하라는 권고다.
집값 하락의 마지막 근거로는 국제기구의 전망과 주택 관련 지표를 제시했다. 노 장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해마다 발간하는 퓨처리스크를 한번 보라"며 "2~3년 내에 일어날 수 있는 중기 위험으로 코로나19 때문에 생긴 유동성 확장에 따른 자산 버블을 꼽았다"고 설명했다.
노 장관은 또 "주택구입 부담지수도 사상 최대 수준이고 가계부채 지표도 금융위기 때보다 위험한 수준"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30일에는 홍 부총리가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장기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집값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경제 관료들의 잇따른 경고에도 불구하고 집값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3주 연속 0.12% 올라 지난 2019년 12월 이후 주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수도권 상승률은 0.35%을 기록했다. 인천의 경우 0.57% 올라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등 광역교통망 개선 기대감이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된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최근 집값 급등으로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어렵다고 판단한 젊은층이 수도권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가운데 GTX 등 교통 여건 개선 기대감이 큰 지역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들 지역의 집값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올해 하반기에도 교통망을 따라 집값이 오르는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최근 20~30대 젊은층이 적극적으로 매수에 나서는 모습이 포착된다. 한국부동산원의 아파트 매입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아파트 매매에서 20~30대가 차지하는 비율이 41.4%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2기 신도시의 경우 입주까지 10년 이상 걸린 지역도 있다"며 "3기신도시의 경우에도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이란 예상 속에 기존주택을 사려는 매수세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가 크게 떨어지면서 잇딴 경고 발언이 통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경제 부처 장관들의 경고처럼 연내 금리 인상이 예고된 현 시점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하려는 시도가 위험하다는 전문가 견해도 적지 않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주택공급이 가시화 되면 집값이 하락세를 나타낼 수 있다"며 "지금은 무리하게 주택 매수에 나서지 말고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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