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의 소녀시대의 멤버로서 가수의 이미지가 훨씬 강했던 권유리는 드라마 MBN '보쌈'을 통해 대중에게 연기자로서의 면모도 제대로 각인했다.
MBN '보쌈'은 종편 10주년 기획드라마로 제작돼, 9.8%(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MBN 채널 드라마 최고 시청률이다.
비록 크게 이슈는 되지 못했지만 배우들의 열연과 정통 사극의 단골 소재인 권력 싸움은 물론 로맨스, 코믹까지 잘 버무려 완성도 높게 제작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 주인공 '화인옹주(수경)'로 열연한 권유리를 온라인으로 만났다. 권유리는 시종 위에 언급한 세 단어와 함께 "성장"을 언급했다.
"수경은 성장형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모진 상황을 이겨내죠. 이분이 주는 주체적, 능동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이 단단하고 카리스마있게 느껴졌어요. 수경을 연기하면 권유리라는 사람 또한 성장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구요."
"실제로 연기자로서도, 권유리로서도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작품이었어요. 10대 때 데뷔한 후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고민할 여유가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제가 저 자신을(제가 할 수 있는 것을) 오히려 한정했죠. 그런데 이번에 '보쌈'을 하면서 반성의 시간도 보냈지만, (무언가를 해 볼 수 있다는) 일말의 희망도 생겼어요."
그는 '보쌈'을 통해 자신의 내면뿐만 아니라 주변 역시 둘러보게 됐다고 했다. 과거에는 경솔한 생각으로 자신이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상황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주변에 자신을 이끌어 주는 전문가들에게 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
권유리는 "재밌었다"며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이 있어 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 흥미로웠다. 또 '남장이 잘 어울리네'라는 생각도 들었다. 치마만 입다가 바지를 입으니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안정감 있는 연기로 호평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연기는 늘 아쉽다. 평생 연기를 하더라도 만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좋은 분들하고 같이 화학작용을 이뤄낼 수 있었고, 그 일부가 저라는 것에 뿌듯함을 느낄 뿐"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상대배우로는 정일우, 신현수와 합을 맞췄다. 권유리는 정일우에 대해 "배울 게 너무 많았다. 저랑 정일우 배우님 둘 다 작품 전 연극을 했다. 연극은 계속 소통을 해야한다. 그러다 보니 팀워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장면마다 리드를 정말 잘해줬다"고 말했다.
손현수에 대해서는 "갖고 있는 성향과 (극 중 인물인) 대엽과 많이 닮았다. 진중하고 목소리도 너무 좋다. 진지한 이야기가 잘 통한다. 궁금한 것도 많이 물었다. 워낙 현장에서 진지하게 임해서 저도 집중하기 좋았다"고 했다.
그는 멤버들의 반응을 포함해 '보쌈'의 인기를 약간은 실감한다고 했다. 권유리는 "멤버들이 (드라마) 사진을 찍어서 단톡방에 올리고 왜 이제서야 사극을 했냐고 하는데, '찐친'들한테 인정받는 느낌이 너무 좋고 고마웠다"고 했다.
또 "관심을 주는 연령층이 다양해졌다는 걸 느낀다. 예를 들면 음식점 촬영을 할 때면 과거엔 저를 못 알아봤는데 아제는 저를 알아봐 주시기도 한다. 부모님 지인분들이 좋아해 주신다는 말을 들었다"며 웃었다.
이번 성장 후 30대 권유리가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일까?
"자연스러운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그 단어가 주는 느낌이 좋아요. 공감을 주는 사람이었어요 좋겠어요. '저 사람이 하면 이해가 되네'라는 느낌이 드는 사람이요. 그런 인간적인 사람, 배우가 되고 시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