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I,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중흥건설 선정
워크아웃·산은 재매각·인수 포기 등 우여곡절
KDBI "진짜 주인 찾아주기, 시급한 과제" 입장
덩치 작은 기업에 인수…대우 노조는 심드렁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여 년간 여러 번 주인이 바뀐 대우건설이 중흥건설의 품에 안길 것으로 보인다.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KDBI)는 대우건설 인수합병(M&A)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중흥컨소시엄을 선정하고, 스카이레이크컨소시엄(DS네트워크 컨소시엄)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5일 밝혔다.
이번 M&A는 투자자들의 진정성을 최대한 확인하고, 대우건설의 영업과 임직원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일차적 목표를 뒀다고 KDBI는 밝혔다. 세부 매각 절차를 설계함에 있어서는 ▲매각대금 극대화 ▲거래종결의 확실성 ▲신속한 거래완료 ▲공정한 절차 진행의 원칙을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20여년 이어진 지난한 대우건설 M&A 역사
대우건설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02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거쳐 1년 만에 회생했다.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됐지만 금호가 6조6000억원의 인수자금을 감당하지 못해 3년 만에 다시 매물로 나왔다.이후 글로벌 금융위기와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주인을 찾지 못하면서 2011년 산업은행에 재매각됐다.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산은은 2017년 매각 작업을 추진했다. 이 때 호반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해외 현장에서 발생한 대규모 부실이 발견되자 2018년 초 호반은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 산은은 대우건설의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해 왔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2019년 국정감사에서 "2년 정도를 거쳐 시기가 좋아지면 기업가치를 높여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대우건설의 연결실적 기준 지난해 영업이익은 5583억원으로 전년보다 53.3% 늘었다.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2294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89.7% 급증했다. 해외부실사업장도 정리됐고, 수주 실적도 좋아 현재가 매각 적기로 평가된다.
호실적을 거둔 대우건설은 김형 대표를 사업대표로 재선임했다. 정항기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관리대표로 신규 선임해 각자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매각 프로세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다.
대우건설, 이번엔 '진짜 주인' 찾았나
KDBI는 "대우건설이 지난 20여 년 동안 소위 '주인 없는 회사'로 지내왔고 '진짜 주인'을 찾아주는 일이야말로 대우건설 관련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공통되고 시급한 과제임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향후 매각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해 진짜 주인 찾아주기를 신속히 마무리함으로써 조속한 경영 안정화는 물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 구축을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다만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자사보다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이 새 주인이 되는 것이 마뜩찮은 분위기도 감지된다. 국내 주택시장 위주의 사업을 해 온 중흥건설은 해외사업 등의 경험이 없다.
심상철 대우건설 노조위원장은 "일부 임직원들은 중흥이 높은 입찰가를 써서 인수하면 자금을 회수하려 할 텐데, 업황이 좋지 않은 토목과 플랜트 사업 분야 등에서 인위적 구조조정이 있지 않겠냐는 우려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대현 KDBI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중흥이 제출한) 제안서를 보면 해외, 토목 플랜트 부문에 대해 상당한 의지와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노조가 반발하는 지점은 또 있다. 노조는 비싼 가격을 써낸 중흥건설이 인수를 포기할까 염려된 KDBI가 재입찰을 진행한 것을 두고 졸속·특혜 매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KDBI는 재입찰이 아니라, 한 회사에서 수정제안을 요청한 만큼 다른 제안자에게도 제안조건의 수정을 원할 경우 제출해 달라고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절차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더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재매각을 추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2일 매각대응 비상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청와대 국민청원을 제기하는 한편, 이날엔 국정감사를 통해 산은이 책임을 다하도록 해 달라며 300인의 국회의원에게 호소문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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