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잔혹하고 충격적이다. 신묘한 태국 샤머니즘과 오금이 저리는 극한의 공포로 가득한 영화 '랑종'이다.
'랑종'은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기획, 제작하고 태국 호러 영화의 새 지평을 연 '셔터' 반종 피산다나쿤 감독이 연출을 맡아 일찌감치 주목받은 작품이다.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의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무당 가문의 이야기를 가짜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그린다. '랑종'은 태국어를 무당을 뜻한다.
이산 지역은 숲, 산, 나무, 논밭, 집 안까지 존재하는 모든 것에 혼이 깃들어 있다고 믿는 토속 신앙이 깊게 뿌리내린 마을이다. 그리고 이곳에는 가문의 대를 이어 조상신 '바얀 신'을 모시는 랑종이 있다.
반야신을 거부한 언니 대신 신내림을 받고 랑종이 된 님(싸와니 우툼마 분)은 조카 밍(나릴야 군몽콘켓)의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밍은 날이 갈수록 이상 증세가 점점 심각해지고, 무당을 취재하기 위해 님과 동행했던 촬영팀은 신내림이 대물림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이들 가족에게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현상을 카메라에 담기 시작한다.
영화는 '님'과 '밍'을 둘러싼 사건과 현상을 따라간다. 전반부는 태국의 무속신앙과 무당 가문의 기묘한 상황에 집중해 음산하지만 비교적 잔잔하게 흘러간다.
그러나 중후반 20대 여성 밍이 신내림을 거부하다 온갖 악귀에 빙의가 되면서 이야기는 극한으로 치닫는다.
오만 가지 욕구에 사로잡힌 밍은 마치 딴사람이 된 듯하고 급기야 인간성을 상실한 폭력적인 행동들을 저지른다. 클라이맥스는 그야말로 폭주하는데 근친, 존속살해, 식인 등 금기시되는 장면도 거침없이 등장한다.
밍의 증상은 집안의 업보와도 연관되지만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이 몰아치다 보니 불쾌감으로 다가오는 것이 사실이다.
한여름 더위를 시원하게 날리는 짜릿한 공포와는 거리가 멀다. 선을 제대로 넘는 표현 수위에 기가 빨리는 호러물이다.
1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공감언론 뉴시스 kje132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