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EP "EU 탄소국경세, 관세율 1.9%와 같은 수준…기업에 부담"

기사등록 2021/07/05 15:43:01

'온실가스 감축과 대응 방안' 보고서 발표

한국, 세계 8위 규모 이산화탄소 순수출국

"제조업 위주 교역에 취약…모니터링 필요"

"국외 기관과 협력…공세 포지션도 구상해야"

[브뤼셀=AP/뉴시스]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 바깥의 EU기. 2020.12.24

[세종=뉴시스] 이승재 기자 = 유럽연합(EU)이 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탄소국경세)를 도입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수출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과 한국의 대응 방안' 보고서를 내놨다.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순수출국으로 분류된다. 1990년부터 2016년까지 약 4812만t의 이산화탄소를 수출했는데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1.5%다.

이는 중국(25.8%), 미국(12.8%), EU(8.8%), 일본(2.7%) 등에 이어 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따라서 탄소 배출량에 따라 관세를 더 매기는 탄소국경세가 도입된다면 우리나라 수출 기업에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KIEP에 따르면 EU가 이산화탄소 1t당 30유로를 전 분야에 과세했을 경우 우리나라는 약 1.9%의 관세율을 적용받는 것과 같은 수준의 비용을 감당해야 할 것으로 추정된다.

관세율 추정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인도로 4.6%에 달한다. 중국은 과세액을 기준으로 가장 많은 비용인 약 119억1344만 달러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EU가 기계 및 장비류, 화학 및 비금속, 금속, 석탄 채굴 및 원유·천연가스 추출 등 탄소 배출 관련 4개 주요 분야를 대상으로 과세할 가능성도 있다.

이러면 기계 및 장비류 등 수입 규모가 큰 분야보다는 배출 집약도에 영향을 받는 분야의 관세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관세율 추정치는 금속(2.7%), 화학 및 비금속(1.3%), 기계 및 장비류(0.8%) 순으로 나타났다.

KIEP는 "EU의 탄소국경세 운영 방안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그 결과에 따라 상당한 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 의존도가 높고 이산화탄소가 다량 배출되는 제조업 위주의 교역 구조를 가지고 있어 주요국 규제 동향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KIEP는 "해당 제도의 도입을 위해 EU를 중심으로 교역에 내재된 이산화탄소 배출 측정, 통계 구축, 영향력 평가 등에 대한 연구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외 연구기관과의 교류 협력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고 진단했다.

탄소국경세가 보호무역주의, 일방주의적인 정책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와 관련해 KIEP는 "우리가 시행 중인 환경 관련 규범 및 제도의 유효성을 강조해 면제를 받기 위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다소 공세적인 포지션도 구상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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