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反이재명 단일화 파괴력…'찻잔 속 태풍' 관측도

기사등록 2021/07/05 12:03:02

정세균·이광재, 丁으로 후보 단일화…친노 적류 표방

8대1 '이재명 포위망' 구도…이낙연·정세균 접점 넓혀

한자릿수 군소주자 결합…1강·多약 구도 효과 제한적

결선투표 염두 '느슨한 反李연대' 2위 경쟁 가능성도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예비후보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이광재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 전 총리로 후보 단일화 합의를 밝힌 후 손을 잡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정진형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빅3'의 한 축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5일 첫 후보 단일화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광재 의원과의 단일화가 향후 반(反)이재명 연쇄 단일화를 촉발하며 파괴력을 보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1강·1중·다약(多弱)의 계단식 구도가 고착돼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전 총리와 이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갖고 후보 단일화 결과를 발표했다.

먼저 이 의원이 "정세균 후보로 단일화를 결심하게 됐다"며 "정세균 후보에게 힘을 보태달라. 나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밝혔고, 이어 정 전 총리가 "이 후보의 대승적 결단을 바탕으로 내가 대표선수로 뛰기로 했다"면서 "내가 꼭 승리해서 이 후보의 결단에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양측은 여론조사를 포함한 여러 방식을 참고해 후보간 합의를 이뤘다는 입장이다. 정 전 총리 측 김민석 의원은 "두 분 사이의 통 큰 합의"라며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참고해 두 분이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단일화가 성사되며 여권 9룡(龍)은 8룡으로 압축됐다. 오는 11일 예비경선(컷오프)에선 본경선에 오를 최종 6인이 선정될 예정이다.

이들은 이른바 '친노(親盧) 적류' 단일화를 표방하고 있다. 참여정부 산업자원부 장관을 지낸 '범친노 좌장' 정 전 총리와 노무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노무현의 남자' 이 의원 모두 친노로 깊이 연관돼 있다.

지난달 28일 단일화 추진을 선언하는 자리에선 "먼저 우리 둘이 하나가 되고 민주당 적통 후보 만들기의 장정을 이어나가겠다"고 입을 모았다.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정 전 총리가 입각하면서 지역구인 서울 종로를 이어받을 후보군에 당시 정치활동을 재개한 이 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양측 모두 단일화와 반이재명 연대와의 연관성은 부인하고 있지만, 범여권 선두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를 정조준한 합종연횡의 일환이 단일화라는 데 정가의 시각이 일치하고 있다.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인 정세균 전 총리와 이낙연, 이광재 의원이 22일 서울 여의도 서울마리나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도심공항, 어떻해 할것인가?' 관련 토론회에 참석, 기념사진 촬영을 위해 단상으로 올라 참석자들을 부르고 있다. 2021.06.22. photo@newsis.com

최근 경선 레이스가 달아오르며 사실상 8대 1의 '이재명 포위망'이 형성되는 것도 이같은 관측에 힘을 싣는다.

이 지사에 이어 여권 2위 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정 전 총리와 보조를 맞추는 기류도 점차 나타나고 있다. 단일화 결과 발표 이틀 전인 지난 3일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오찬을 갖고 '민주정부 4기 수립과 정권 재창출'에 협력한다는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단일화 발표 후에도 이 전 대표와의 밀착이 나타났다. 이 전 대표와 이낙연 캠프 소속 의원들이 여의도의 한 영화관을 빌려 이날 공개한 출마 영상 상영회를 가진 자리에 정 전 총리가 참석한 것이다.

지난달 17일 마포구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정 전 총리의 출마 선언식에 이 전 대표가 외빈으로 참석한 답례 차원이라는 게 양측의 설명이나, 반이재명 공조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그러나 당장은 '찻잔 속 태풍'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지난 4일 뉴시스 의뢰 글로벌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대선주자 적합도에선 정세균 전 총리는 3.6%, 이광재 의원은 1.2%였다.(6월30일~7월2일 실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

범여권 대선주자군이 1강·1중·다약(多弱)의 계단식 구도로 고착된 상황에선 중위권까지 연쇄적으로 결합하는 후보 단일화가 아닌 이상 1위 이 지사의 아성을 위협하기란 쉽지 않은 탓이다.

최근 강성 지지층에 힘 입어 '다크호스'로 부상하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반이재명 연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것도 단일화 실효성을 낮게 점치게 하는 요소다.

[서울=뉴시스]여론조사기관 글로벌리서치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6월30일~7월2일 사흘간 실시해 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 대선 주자 중 지지 후보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꼽은 응답이 34.7%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때문에 인위적 단일화보다는 결선투표를 염두에 두고 경선 국면 내내 이 지사를 협공하는 '느슨한 연대'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지사 측은 결선투표 없이 본경선 50% 이상 득표를 자신하나, 민주당 내 친문 강성 지지층의 '이재명 비토'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있는 탓이다. 위협적 야권 주자이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근 하락세인 것도 이 지사로의 '전략적 선택' 필요를 낮추고 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어차피 결선투표가 있고 이재명 지사가 과반을 넘지 못할 것이라면 인위적인 방법이 아니어도 반이재명 연대가 자동으로 된다"며 "앞으로 연쇄적 단일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오히려 반이재명 진영의 2위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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