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오징어 사기…검사·경찰·기자, '병풍' 전락했나

기사등록 2021/07/03 09:00:00 최종수정 2021/07/03 17:20:35

교도소 친분 발판, 문어발식 인맥 뻗치기 의혹

감투와 인맥 '병풍' 삼아 사기 혐의 이용 가능성

부정 은폐 시도 등 도움 줬다면 사태 더 커질 듯

[서울=뉴시스] 천민아 기자 = 사기 혐의를 받는 '수산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검사, 언론인 등이 결국 이 업자의 사기 행각을 위한 '과시용 인맥'이 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즉, 이들이 업자의 금품 공세에 넘어가 자기도 모르게 사기범의 '병풍'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다. 또 이를 넘어서 아예 '호위대' 노릇을 했는지 여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3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자칭 수산업자 A(43)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현직 검찰과 경찰, 언론인 등을 수사하고 있다.

A씨의 행각은 지난 2016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기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 받고 수감 중이던 A씨가 경북 소재 교도소에서 인맥의 디딤돌이 된 전직 기자 B씨를 만났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B씨는 한 보수성향 매체의 기자, 서울 소재 대학의 특임교수를 지내고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여당(당시 새누리당, 현 국민의힘)의 공천을 받아 경북 지역에서 출마, 과거 김무성 전 의원 선거 캠프에서도 활동했던 인물인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준비하다가 2017년 4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월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바 있다.

A씨는 B씨의 소개를 거점으로 문어발식 인맥 뻗치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 A씨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김무성 전 국민의힘 의원의 소개로 A씨를 알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B씨는 자신이 2018년 3월부터 실질적 발행인·편집인으로 일했던 인터넷 언론사에서 A씨를 부회장으로 일하게 해줬다고 한다. A씨는 '인터넷 언론사 부회장'이라는 점을 이용해 인터넷 언론단체 위원으로도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지난해 5월엔 생활체육단체 회장 자리에도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취임식에 A씨로부터 이 전 논설위원과 종합편성채널 앵커 C씨와 정치인 등 유력인사들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 같은 감투는 A씨의 인맥 넓히기를 더욱 용이하게 했을 것으로 짐작된다.
[서울=뉴시스]정병혁 기자 = 경찰이 지난 16일 압수수색 물품을 옮기고 있다.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습니다.> 2021.06.16. jhope@newsis.com
A씨는 이렇게 알게 된 인맥을 '병풍'처럼 삼아 사기 행각에 이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러 유력인들과 친하다는 인맥을 과시하며 피해자들과의 신뢰를 쌓았을 수 있기 때문이다.

A씨는 지난 2018년 6월부터 116억원 상당의 사기를 친 혐의로 구속돼 서울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사기 혐의 피해자 중엔 김 전 의원의 형도 있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2019년 6월2일께 경북 포항 구룡포항에서 김 전 의원의 형을 만나 "선박 운용사업과 선동오징어 매매 사업의 수익성이 너무 좋으니 투자하라"고 속인 혐의를 받는다. 김 전 의원의 형은 총 34회에 걸쳐 86억4928여원을 A씨에게 송금한 것으로 전해졌다.

B씨 역시 "수개월 안에 3~4배로 수익을 내주겠다"는 A씨 말에 속아 17억4832만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현재까지는 A씨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 중이지만, 금품을 수수한 것으로 보이는 '검·경·언' 인사들이 그의 부정 행각을 적극적으로 덮어주거나 도우려 하는 등 '호위대' 역할까지 한 것은 아닌지도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만일 실제로 이들 사이에서 그를 비호하는 등 행각이 있었을 경우 사태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최근 서울남부지검 소속이던 현직 부장검사실을 압수수색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변인이던 이 전 논설위원과 C씨, 총경급 현직 경찰 간부를 입건해 수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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