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고적체 심각한데 파업 가능성 고조…쟁점은 '정년연장'
금융투자업계 컨센서스(전망치)에 따르면 현대차는 올해 2분기 1조820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영업이익 1조8000억원을 넘긴 것은 자동차산업이 호황이던 2014년 4분기 이후 7년만이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국내외시장에 전년 동기 대비 26.2% 증가한 202만8974대의 완성차를 판매했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로 인한 생산 차질로 내수판매는 0.4% 증가한 38만6095대에 그쳤지만 해외판매는 34.4% 증가한 164만2879대였다.
미국 등 해외판매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미국시장에 전년 동기 대비 49.4% 증가한 40만7135대의 차량을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6월에는 7만2465대의 차량이 판매되며, 지난 3월 이후 4개월 기록을 다시 썼다.
반도체 품귀로 인한 출고 적체가 없었다면 실적은 더욱 좋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의 인기차종인 준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투싼의 경우 출고 대기 시간이 최대 6개월 이상이다.
투싼 하이브리드의 경우 출고대기가 길어지며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는 기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일부 차종의 경우 수백만원의 웃돈을 주고 차량이 거래되는 등 적체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올 하반기 생산에 속도를 내 출고 적체 해소에 나서겠다는 계획이지만 문제는 '노조'다.
지난해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기본급 동결을 수용한 현대차노조(전국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올해 임단협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을 준비 중이다.
생산직 중심의 현대차노조는 올해 '정년연장(만60세→64세)'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하지만 내연기관차가 사라지고 숙련인력이 덜 필요한 전기차시대로 바뀌는 과도기인 만큼 회사가 노조의 목소리를 들어주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회사는 올해 기본급 5만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100%+300만원, 품질향상격려금 200만원, 2021년 특별주간연속 2교대 10만 포인트(2021년 한) 등을 제시했다. 1114만원에 이르는 금액이지만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교섭 결렬을 선언하고,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냈다. 오는 5일 쟁의발생 결의를 위한 임시대대, 7일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MZ세대(1980~2000년대 초 출생)을 중심으로 한 사무·연구직노조는 이들과 또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사무·연구직이 생산직에 비해 차별을 받고 있다며 정년 연장이 아니라 '성과급 정상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쉽지않은 상황이 이어지자 하언태 현대차 사장은 지난 1일 '직원 여러분들께 드리는 글'을 통해 "교섭이 '파행'이 아닌 '동행'의 길로, '투쟁'이 아닌 '미래 생존을 위한 경쟁'을 준비하는 과정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직원 여러분의 냉정하고 현명한 판단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하 사장은 "작년 영업이익 33.6% 감소, 올 상반기 반도체 대란 등에 따른 약 7만대 생산차질 등을 감안하면 제시에 한계가 존재한다"며 "하지만 회사는 새로운 국면을 만들어야 한다는 판단에서 임금, 성과급 제시까지 결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향적인 노력에도 노조는 결렬 선언, 조정 신청 등 또다시 파업 수순을 되풀이하고 있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하 부사장은 또 "국내 주요 전자업계, IT시업과 우리를 비교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며 "하지만 '내 주변에 누가 얼마를 받는다'가 아니라, 인원과 원가구조 자체가 제조업업과 본질적으로 다른 전자·IT업체와의 비교가 과연 맞는 것인지 냉정히 판단해 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특히 "임금, 성과급까지 제시된 만큼 지금은 누가 보더라도 2021년 단체교섭의 마무리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그 시작은 임금, 성과급과 잔여 핵심 안건에 대해 합리적 판단과 해법을 도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록 노조가 결렬을 선언하며 교섭이 중단됐지만 회사는 언제든 대화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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