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무대서도 美·中 신경전…다자협력 주도권 경쟁(종합)

기사등록 2021/06/30 01:00:36

이탈리아서 G20 외교장관 회의…모두 다자협력 강조하지만 '동상이몽'

美 "다자주의로 규칙기반 질서 발전…민주주의·인권 기반해야"

中왕이, 미국 겨냥 "폐쇄·배타적 다자주의 안돼"

[서울=뉴시스]이탈리아 G20 외교·개발 장관회의 (출처: G20 이탈리아 트위터) 2021.6.29. *재판매 및 DB 금지
[런던=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과 중국이 주요 20개국(G20) 무대에서도 상호 견제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양쪽 모두 국제문제 대응을 위한 다자 협력을 강조하면서도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모습이다.

29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에서 열린 G20 외교·개발 장관회의에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영국, 독일, 일본 등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여럿 직접 자리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의용 외교장관 대신 최종문 외교부 제2차관이 참석했다.

중국의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러시아, 브라질 등 몇몇 회원국 외교장관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G20 외교장관 회의는 코로나19 여파로 2년 만에 대면으로 개최됐다. G20 회원국들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0%, 인구의 60%를 차지한다. 글로벌 무역의 75%가 G20 국가 사이에서 이뤄진다.

이날 G20 외교장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국제 협력을 확대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줬다고 입을 모았다. 미중 역시 모두 다자 협력을 강조했지만 실상은 '동상이몽' 이었다.
[마테라=AP/뉴시스]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가운데)이 29일(현지시간) G20 외교장관 회의가 열리는 이탈리아 마테라에서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이동하고 있다. 2021.6.29.

美 "국제문제 대응 이끌 것"…민주주의·인권 강조
미국과 중국은 다자 협력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상대국을 견제하며 자국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다자주의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후 위기,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 구축 등 우리가 마주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도구"라면서 "G20 외교장관들과 만나 (G20의) 핵심적 역할과 우리의 깊은 헌신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는 G20 외교장관 회의에 관한 발표자료를 통해 미국이 다자 협력에 전념하며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한 국제 문제 대응을 이끌 것임을 보여주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이 국제 백신 협력체 코백스(COVX)에 백신 5억 회분 제공,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에 20억 달러 기부 등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한 다자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무부는 다자 협력의 방향성을 놓고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발전시키기 위한 다자적 비전은 국제법과 민주주의, 인권 지원에 기반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에 대한 견제 의도를 시사하는 대목이다.

또한 국무부는 "우리는 언론 자유 수호, 자유롭고 개방된 인터넷 보존, 부패 퇴치, 거짓정보 대처, 시민의 공간 보호, 모든 사람의 인권 증진을 통해 평화롭고 정의로우며 포용적인 사회를 발전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중국 왕이 외교부장이 29일 이탈리아 마테라에서 열린 G20외교장관 회의에 화상으로 참석했다. (출처: 중국 외교부) 2021.6.29. *재판매 및 DB 금지

中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해야…일방주의 포장 말라"
중국도 '진정한 다자주의'를 촉구하면서 자신들이 국제 협력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왕이 외교부장은 화상연설에서 중국이 100개국에 코로나19 백신 4억5000만 회분을 제공했다고 밝혔다고 중국 외교부가 전했다.

왕 부장은 "능력을 갖춘 국가들이 수출 제한과 지나친 사재기를 자제하고 '면역 격차'를 없애는 데 기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서구 선진국들이 백신 물량을 대거 선점하면서 빈곤국들의 예방 접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개발도상국들에 자국산 백신을 적극 제공하면서 '백신 외교'에 공을 들여 왔다.

왕 부장은 "진정한 다자주의 실천에 앞장서야 한다"면서 "유엔을 중심에 둔 국제 체제와 국제법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굳건히 수호하며 개방성과 포용성을 고수하고 폐쇄성과 배타성을 반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하는 대중 견제용 연합체나 서방 국가 중심의 주요 7개국(G7) 체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혀 왔다.

왕 부장은 다자주의를 거창한 구호나 일방주의를 포장하기 위한 것으로 삼아선 안 된다면서 "중국은 G20 회원국들과 미래를 공유하는 인류 공동체 구축을 위해 협력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美, '자국 우선'서 다자협력 전환…中 '인류 운명 공동체' 주창
AFP 통신은 이번 G20 외교장관 회의가 일반적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긴 하지만 미국의 대대적 전환을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또 화상으로 자리한 왕 부장이 미국을 직접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진정한 다자주의' 촉구는 미국을 겨냥한 것임을 시사했다고 설명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국제 협력을 경시했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다자 기관의 중요성을 다시 강조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인류 운명 공동체'를 주창하면서 일방주의와 패권주의를 반대한다고 밝혀 왔다. 중국은 미국이야말로 일방적 조치와 내정 간섭으로 국제 질서를 위협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바이든 미국 대통령와 시 주석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첫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두 정상은 바이든 취임 3주 만인 지난 2월 전화 통화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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