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안 고문에 "북한 내통" 허위자백…42년만에 무죄

기사등록 2021/06/29 18:12:57 최종수정 2021/06/29 19:44:38

이근안 고문에 결국 북한과 내통 허위자백

국가기밀 유출해…1979년 징역 7년 옥살이

"대신 사과해준 것에 감사"…국가배상 검토

[서울=뉴시스] 재심 사건 소송을 대리한 법무법인 상록 장경욱(왼쪽) 변호사가 재판 이후 판결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오른쪽은 신윤경 변호사. 2021.6.29. (사진=뉴시스).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준 기자 = '고문기술자' 이근안씨의 고문에 못 이겨 북한과 내통했다는 허위자백을 해 옥살이를 한 납북어부가 약 42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사법부의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위로를 전했다.

서울고법 형사12-3부(고법판사 김형진·최봉희·진현민)는 29일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고(故) 박남선씨와 그의 6촌 동생의 재심 사건에서 각각 무죄·면소 판결했다.

박씨는 지난 1965년 서해 함박도에 조개잡이를 갔다가 북한 경비정에 의해 나포됐다. 그는 극적으로 탈출했지만 13년이 지난 1978년 박씨는 간첩 혐의로 불법체포됐다.

당시 이근안씨는 박씨의 작은 아버지가 해방 전 북쪽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북한 공작원과 공작금 수수 연락을 취했다는 등의 누명을 씌었다. 이씨는 몽둥이로 때리고 물고문을 해 자백을 강요했고 박씨는 이에 못 이겨 결국 허위자백을 했다.

박씨는 1978년 1월 북한 공작원에게 해병대 진지 위치를 노출하고 6촌 동생을 포섭하는 등 국가기밀을 유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1979년 2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출소 후 고문 후유증을 안고 살던 박씨는 지난 2006년 패혈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박씨 아들 박영래씨는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겠다며 지난 2019년 재심을 청구했고 법원은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이날 재판부는 "당시 피의자신문조서와 자백조서를 보면 이들이 경찰관에 의해 불법체포된 상황에서 수사받은 것이 인정된다"며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있었고 자백진술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무죄로 판결했다.

그러면서 "과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사법부가 인권의 보루로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에 사법부 일원으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며 "재심 피고인들에게 위로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무죄 판결 후 박씨의 아들 박영래씨는 "당사자들에게 사과를 못 받은게 아쉽긴 하지만 대신 사과해준 것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씨 측은 향후 국가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며 이씨를 피고로 포함할지 여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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