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완화적 통화정책, 연내 질서있게 정상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발언 강도가 점점 더 쎄지고 있다. 이 총재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시각을 처음 드러낸 것은 지난달 27일 금융통호위원회가 끝난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였다.
이 총재는 이날 "연내 금리 인상 여부는 경제 상황의 전개에 달려 있다"고 말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처음 시사했다. 그 전까지만 해도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려할 때 완화적 통화정책을 바꾸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5월 금통위에 이어 지난 11일 71주년 창립기념일 기념식에서도 매파적 발톱을 드러냈다. 가계부채 급증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우리 경제가 건실한 회복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면 현재의 완화적 통화정책을 향후 적절한 시점부터 질서 있게 정상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간 취해 온 확장적 위기 대응 정책을 금융·경제 상황 개선에 맞춰 적절히 조정해 나가는 것은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과정"이라고도 했다. 그동안의 초저금리 기조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재차 시사한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이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거듭 강조하고 있는 배경에는 우선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부채가 자리하고 있다. 올 1분기 말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153조6000억(9.5%)나 급증한 1765조원으로 또다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또 최근 고조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도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5월 소비자물가는 2.6%로 4월(2.3%)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했다. 이는 2012년 4월(2.6%) 이후 9년 1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것이다. 2개월 연속 2%대 오름세가 이어진 것도 지난 2018년 11월(2%) 이후 2년 6개월 만이다.
이 총재의 연내 금리인상에 대한 시그널은 점점 강도가 점점 더 쎄지고 있다. 24일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간담회에서는 "지금의 통화정책, 금리 수준, 완화 정도는 실물경제에 비해서 비춰 볼 때 상당히 완화적"이라며 "연내 늦지 않은 시점에 통화정책을 질서있게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은 총재가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박종석 부총재보가 최근 '금리를 한두 번 올리게 된다고 해도 긴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한 것과 관련해 의견을 묻자 "저도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한 두 차례 인상한다고 해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답했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시장 한 관계자는 "7월 금통위에서 조윤제 위원이나 임지원 위원이 금리인상 소수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7월 소수의견이 두명 이상 나올 경우 8월 금리인상은 당연한 수순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물가나 경기 상황을 고려해 봐야 겠지만 이렇게 되면 연내 두차례 인상이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르면 7~8월 첫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 10월이나 11월 한 차례 더 인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하 교수는 "7월 금통위에서 금리인상을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고, 8월에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예전보다 커졌다고 볼 수 있다"며 "8월 인상 후 10월이나 11월에 한 차례 더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 입장에서는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가계부채와 금융불균형이 너무 심각한 상황이고, 이례적으로 낮은 금리와 관계가 깊다고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는 시그널을 주고 있는 것 같다"며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려도 1.0%로 한은의 관리물가 수준에 비해서는 낮은 만큼 긴축이라고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