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재우 기자 = 노르웨이 최대 연기금 운용사인 KLP가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문제 삼아 인도 최대 항만 운영업체 '아다니 항구&경제특구(Adani Ports and Special Economic Zone Limited·APSEZ)'를 투자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얀마 반(反)군부진영은 KLP의 결정을 환영하면서 다른 기업에도 군부와 관계 단절을 촉구했다.
인도 비즈니스인사이더와 미얀마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KLP는 지난 2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어 APSEZ의 미얀마 사업, 미얀마 군부와 사업 제휴는 투자 규정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한 위험이라면서 투자 회수를 발표했다. KLP는 APSEZ에 105만달러(약 12억원)를 투자했다.
APSEZ는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 컨테이너 항만을 건설하기 위해 지난 2019년 3월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미얀마 경제공사(MEC)와 2억9000만달러 규모 사업 제휴를 맺었다.
미얀마 군부의 땅을 50년간 임대해 항만을 건설·운영하되 해당 기간 임대료 등으로 일정 급액을 지급하는 조건이다. 항만은 올해 1단계 가동에 시작할 예정이다.
KLP는 이 항만이 미얀마 군부의 인권 침해에 이용될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다. 군부가 이 항만을 통해 무기와 장비를 수입하거나 항만을 상업용이 아닌 해군 기지로 사용할 위험이 있고 APSEZ도 이를 막을 수 없다고 인정했다는 것이다. APSEZ가 인권 침해 위험 보다 상업적 고려를 우선시 했다는 근거가 있다고도 했다.
APSEZ는 미얀마 투자위원회가 주관한 글로벌 경쟁 입찰을 거쳐 계약을 맺었고 사업 제휴가 인권 침해를 야기할 가능성은 없다고 해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PSEZ는 앞서 미얀마 군부와 관계를 이유로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서도 퇴출된 바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3월 미얀마 군부가 소유한 MEC와 미얀마 경제 지주사(MEHL)에 대해 인권 유린 등 혐의로 제재를 단행했다. 호주 국제정의센터(ACIJ)는 같은달 APSEZ의 미얀마 항만 사업을 인권이 아닌 이윤을 추구한 사례로 지목하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얀마 반군부진영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인권부 장관인 아웅 묘 민은 "KLP의 결정은 외국 정부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이 미얀마 군부와 사업 협력 중단, 미얀마 투자 보류를 요구하는 미얀마 국민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고 환영했다.
이어 "KLP가 군영 기업과 합작회사를 운영하는 회사와 관계를 단절한 것은 좋은 조치"라며 "이는 첫 단게에 불과하다. 우리는 다른 기업과 투자자들도 KLP의 절차를 따르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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