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순방마다 천주교 인사들 만나며 교황 방북 환기
"교황, 방북 제안 수락해…성사 안됐지만 그날 올 것"
방북 분위기 우호적…유흥식 주교 교황청 장관 임명
천주교 신자 바이든도 프란치스코 교황과 인연 깊어
北 호응 여부가 관건…코로나19·대외 정책 등 불투명
靑박수현 "올여름쯤 되면 방북 문제 쉽게 풀릴 수도"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중에 중세 수도원을 찾은 문 대통령이 3년 전 무산됐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추진 사실을 새롭게 환기하면서 실제 방북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재개된 대면 정상외교를 계기로 각국 추기경 면담 일정을 잇따라 잡고 있는 문 대통령이 교황 방북 재추진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국빈 방문 마지막 일정으로 알렉산더 판 데어 벨렌 대통령과 함께 중세 시대에 건립된 하일리겐크로이츠 수도원을 방문하고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문 대통령은 막스밀리안 하임 수도원 원장과 만남에서 "2018년 바티칸을 방문했을 때 프란치스코 교황께서 나의 방북 제안을 수락하면서 한반도 평화의 가교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며 "아직 교황님의 방북이 성사되지는 못했으나 그 날이 곧 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0월 유럽 5개국 순방 당시 바티칸을 찾아 교황과 만나 주고받은 방북 추진 사실을 환기한 것이다.
당시 만남에서 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확인한 방북 초청 의사를 교황에게 전달했고, 교황은 이탈리아어로 '나는 갈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소노 디스포니빌레(sono disponibile)"라고 밝히며 사실상 초청을 수락했다.
그러나 최근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대면 정상외교 국면에서 각국의 추기경들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교황의 발언 등을 재차 언급하면서 교황 방북에 대한 기대감이 살아나고 있는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다음 날인 지난달 22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D.C 시내 한 호텔에서 윌튼 그레고리 추기경 겸 워싱턴 대주교를 만나서도 교황의 방북 메시지를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면담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여건이 되면 북한을 방문해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면서 "하루빨리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극복과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정착 진전을 위해 긴밀히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후안 호세 추기경은 문 대통령에게 "대통령님을 만나고 나서 기도의 제목이 하나 더 늘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 대통령 가족과 한국 가톨릭 신자를 위한 기도가 그것"이라고 말했다.
교황 방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한 상황도 우호적인 편이다. 지난 11일 천주교 대전교구장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가 한국 성직자로는 처음으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됐다.
그동안 남북관계와 관련해 교황청과 가교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유 대주교는 임명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교황님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또 유 대주교는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천주교 신자인 바이든 대통령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인연도 주목할 만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15년 12월 쿠바와의 국교 정상화 공식 선언 당시 부통령으로서 교황과 물밑에서 이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마바 대통령은 특별성명에서 교황에게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교황과 연이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한미 정상회담에서 판문점 선언·싱가포르 공동성명에 기초한 외교와 대화를 통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는 데 뜻을 모은 만큼, 교황의 방북을 재추진하기에도 상황이 나쁘지만은 않다.
김 위원장이 당 중앙위원회 8기 3차 전원회의 3일차 회의에서 "대화와 대결 모두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첫 대외 메시지를 내놓았지만, 북한이 대화로 나설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전원회의 결과에 따라 교황의 방북도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오지만, 그에 앞서 남북 및 북미 대화가 선행적으로 진행되지 않고서는 교황 방북은 힘들다는 관측도 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YTN '더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유 대주교는 방북을 통해 여러자기 지원 사업을 4차례나 하신 분이기 때문에 교황님의 방북을 성사시키기 위한 최적의 여건들이 지금 만들어져 가고 있다"며 "여건들이 성숙돼서 그런 결과로 (교황 방북이) 도출되길 소망하고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박 수석은 "코로나 극복 문제가 어느 정도 보편화되는 올여름쯤 된다면, 교황님의 방북 문제나 이런 문제들도 쉽게 되지 않겠나"라며 "이 문제는 코로나의 상황과 북한의 반응과도 연관이 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매우 종합적인 측면에서 봐야 하고 시기도 판단해봐야 될 거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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