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의 선상 올려놓고도 뒤늦게 미국 출국 확인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사상자 17명을 낸 광주 재개발사업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 철거 업체 선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폭력조직 출신 인사가 해외로 달아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해당 인사를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도 해외 도주 사실을 뒤늦게 파악해 초동 수사에 허점을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15일 참사가 발생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의 불법 다단계 하도급과 철거업체 선정 과정에 이권을 행사한 조폭 출신 전 5·18 구속부상자회장 문흥식씨를 입건하면서 해외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
문씨는 지난 13일 미국으로 달아났다.
문씨는 지난 2018년 10월 조모 씨를 학동 4구역 재개발조합장으로 뽑으려고 경비 인력을 동원한 의혹을 받는다.
문씨는 조씨가 조합장에 당선된 이후인 2019년 말 조합의 일반건축물과 석면 철거 업체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도 받고 있다.
복수의 조합원은 "문씨가 수년 전부터 조씨와 함께 학동 일대 여러 재개발사업을 함께 해왔다. 문씨는 홍보요원 동원에 따른 서면 결의서 강요, 강제 투표함 개봉 등을 통해 조씨를 조합장으로 선출해주고 그 대가로 수십 억대의 금품을 여러 차례 주고받았다"고 주장했다.
문씨가 운영한 재개발·재건축 대행업체(도시정비컨설팅 업체)로 조합과 계약을 맺고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다.
지난 9일 참사 직후 문씨의 이권 개입과 관련한 소문이 불거졌다. 의혹을 제기하는 언론 보도도 잇따랐다.
하지만, 문씨가 수사망을 피해 해외로 달아나면서 경찰의 초동 수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선 "나흘 동안 첩보 수집만 하다 문씨에게 도피할 시간을 준 것 아니냐. 문씨가 연락이 두절된 것을 알고서도 출국 금지를 제때 하지 않고 뒷북 수사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나온다.
일각에선 문씨와 지역 경찰 간부의 친분설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여론도 있다.
경찰은 문씨에 대한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국제 범죄 수사 기관과 협조해 조기 송환 절차를 밟을 방침이다. 또 문씨가 출국 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가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대상자 혐의에 대한 진술·관련 증거에 대해 신속한 내사를 해왔다. 혐의 소명, 출국 금지 필요성을 위한 증거 서류 준비 과정에 문씨의 출국 사실을 확인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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