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자 확인서 "타당하다고 사료됨"…실제 근거는 부재
국토부장관 "법률 형식적 준수, 현장에선 지켜지지 않아"
[광주=뉴시스]김혜인 기자 =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동구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참사와 관련해 '건물 해체(철거) 계획서 작성·검토 전반이 부실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건축사와 감리자가 해체 계획과 안전성 확보에 주의를 기울이고 관리·감독 책임을 다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15일 국토부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광주 동구에 따르면, 시공업체 ㈜한솔기업이 외주를 맡긴 서울의 건축사무소가 학동 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철거 계획서를 작성했다.
㈜신세계건축사사무소가 해당 철거 계획서를 검토했고, 지난달 13일 ㈜시명건축사무소 소속 감리자 A씨가 계획서 내용을 최종 확인했다.
철거 계획서는 2차례 검토 과정을 거쳤지만, 층별 철거 계획이 부실했고 국토교통부 고시와 달리 철거 장비 하중 계산이 빠졌다. 구조 안전성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것이다.
실제 ㈜신세계건축사사무소가 제출한 확인서엔 '적합'하다는 결론만 나와 있고, 현장 점검 과정과 '적합'에 이르는 근거가 명시되지 않았다.
건물 안정성 검토 확인서엔 '양호함', '타당함', '안전함' 등의 내용만 기재됐다. 해체공법·사용장비 등 7가지 항목에 대해 '적합' 판정 결론만 내려졌다.
특히, 감리자 A씨가 작성한 최종 확인서는 '타당하다고 사료됨'이라는 8글자로 작성됐다.
이러한 엉터리 계획서와 함께 감리의 현장 감독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철거 허가와 함께 감리가 지정된 이후엔 감리가 현장 안전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지는데도 책임을 소홀히 한 셈이다.
노형욱 국토부장관은 앞서 이날 광주 동구청에서 열린 중앙사고수습본부 4차회의 브리핑에서 "법률이 형식적으론 지켜졌지만,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며 "감리 과정이 서류상에선 지켜지는데 감리자들이 정성을 다했느냐, 이런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9일 오후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승강장에 정차 중인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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