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육가, 지난해 대비 20% 올라…육가공 제품가 인상 '시동'
햄버거업계, 올해 가격 인상했지만 추가 인상도 가능할 듯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외식 자제 분위기로 확산 우려돼
돈까스·햄버거 등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도 임박한 것으로 관측된다. 돼지고기 값 급등에 이어 최근에는 식용류 가격도 많이 올라 일부 외식업체들은 마진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상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지육가는 1㎏당 4506원 수준이었지만 지난달에는 1㎏당 5403원으로 19.9% 올랐다. 지육가는 부위별로 나누기 전 가격을 뜻하며 돈육 가격은 보통 지육가의 80% 수준에서 결정된다.
돼지고기 값 폭등은 2018년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발병 이후 중국이 물량을 비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사료 가격이 지속적인 상승한 것이 주 원인으로 꼽힌다.
통조림햄을 비롯한 돼지고기를 주 원재료로 만드는 소시지 등 육가공 제품의 원가 압박이 심화되자 이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가격 인상에 나서는 모습이다.
육가공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육가공 제품 20여종에 대한 가격 인상을 다음달부터 실시키로 했다. 가격이 오르는 대표 제품은 스팸, 비엔나, 베이컨 등이다.
스팸 클래식(340g)은 5880원에서 6380원으로 500원(8.5%) 가격이 오른다. 스팸 25% 라이트(340g)은 5980원에서 6580원으로 600원(10%)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백설 오리지널 비엔나(120g)은 2000원에서 2200원으로 10% 인상될 예정이며 굿베이컨(130g)X3은 7480원에서 7980원으로 500원(6.7%) 가격이 인상된다.
통상적으로 식품 가격 인상은 한 회사가 먼저 제품 가격을 올리고 경쟁사들이 제품 가격을 올리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를 고려할 때 경쟁사인 롯데푸드·동원F&B의 가격 인상도 임박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햄버거, 돈까스 등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하는 외식업계의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햄버거 업계의 경우 올해 초 지속되는 인건비 상승, 원자재 가격 등을 반영해 가격 인상에 나섰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돼지고기, 식용유 등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세를 보임에 따라 추가적인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맥도날드는 지난 2월 버거류 11종을 포함해 총 30종 품목으로 최소 100원에서 최대 300원 인상했다. 제품가격 인상은 평균 2.8% 수준이다. 롯데리아도 같은 달 버거와 디저트 등을 포함한 25종(버거류 13종, 디저트류 7종, 드링크류 2종, 치킨류 3종)에 대해 최소 100원에서 최대 200원까지 가격을 올렸다. 평균 인상률은 약 1.5% 수준이다.
돈까스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이미 한솥도시락의 경우 돈까스도련님을 3900원에서 4000원으로 가격을 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돈까스 전문점의 경우 가격 인상 카드를 두고 장고를 거듭할 수 있다.
외식업계의 가격 인상이 본격화될 경우 외식을 자제하는 소비자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은 문제다.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가격을 올렸는데 외식경기 하락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물론 경제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 차원에서 외식 물가가 치솟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가격을 올렸는데 손님이 끊겨 더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j1001@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