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들 "예방 시설물·철거 과정 '허술'" 한목소리
친구 비보 듣고 분향소 달려온 70대 어르신들 오열
11일 오전 광주 동구 서석동 동구청 앞에 마련된 재개발 붕괴 참사 합동분향소에는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시민들은 방명록에 추모 글귀를 남긴 뒤 9명 희생자들의 영정 사진 앞에 국화를 바쳤다.
시민들은 잠시 손을 모으고 기도하거나, 엎드려 절을 하기도 했다.
사진 속 희생자들을 한 동안 바라보며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히는 시민도 있었다.
방명록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부디 좋은 곳으로 가시길 바란다' '좋은 곳으로 가십시오. 사랑합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다시는 이런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야 합니다' 등이 적혔다.
사고 인근에 사는 주민들도 '예견된 사고' 였다며 철거 현장의 허술한 부분을 지적했다.
학동 주민 이재홍(61)씨는 "주민들이 언제 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라고 입을 모은다"며 "철거 건물 10동 중 가장 규모가 큰 건물인 만큼 인력·예방 시설물·안전한 공법 등을 통해 사고를 방지했어야 했다. 투입된 인력도 그대로, 버스 정류장도 옮기지 않은 채 공사를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학동 주민 손성애(57·여)씨는 "차도·인도 앞에서 공사가 진행되는데 가림막 만 있어 아슬아슬했다. 사고 예방 시설물이 미약했다"고 말했다.
학동에 사는 양직승(73)씨는 "측면에서 철거하는 등 철거 방식이 위험했다"며 "개인의 이익이 크게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60년 지기 고향 친구의 비보를 듣고 분향소를 찾은 이들도 있었다.
전남 담양 출신인 유점순(70)씨는 다른 친구가 '이 사진 속 인물이 친구 아니냐'며 보내온 한 통의 메시지를 보고는 뜬 눈으로 밤을 꼬박 세웠다.
유씨는 분향소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떠난 친구의 영정사진을 보고 왈칵 눈물을 쏟아냈다. 친구의 생전사진을 연신 쓰다듬으며 "이렇게 갈 줄 몰랐어"라며 오열했다.
유씨는 "며칠 전 친구집에 가서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통화했다"며 "친구 다섯명끼리 하루라도 전화가 안 오면 불안할 정도로 각별한 사이였다. 아직도 친구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돈다"고 울먹였다.
종교계의 추모 발길도 이어졌다. 광주 불교연합회 스님들은 헌화·분향한 뒤 목탁을 두드리며 희생자의 넋을 기렸다.
광주 불교연합회 수석부회장 도계스님(72)은 "이런 참극이 이땅에 있어선 안 된다. 사고 원인이 제대로 규명돼 고인들이 편안히 잠들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