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굿 5번에 4360만원 비싸" 소송…돌려받을까?

기사등록 2021/06/12 11:00:00 최종수정 2021/06/12 11:28:51

"자식·사업 문제 발생" 말에 굿값 지불

무속인에 총 4360만원 주고 5차례 굿

"굿값 너무 비싸" 4110만원 반환 소송

법원 "고액 단정할 수 없어" 원고 패소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굿을 하지 않으면 자식, 사업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말을 듣고 굿을 했다가 금액이 너무 과하다며 소송을 낸 경우 이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법원은 무속인의 기망행위나 굿값이 고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어 반환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A씨는 2018년 7월 자신의 손님으로 온 무속인 B씨로부터 굿을 하지 않으면 여러 차례에 걸쳐 굿을 하지 않으면 친정, 남편, 자식, 사업 등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취지의 말을 들었다.

이에 겁을 먹은 A씨는 2018년 8월부터 2019년 3월까지 8차례에 걸쳐 총 4360만원을 굿값 및 기도비 명목으로 지급했고 B씨는 신내림 굿을 비롯해 총 5차례 굿을 했다.

이후 A씨는 'B씨가 과도한 내용의 불행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굿값을 지급받았다'며 사회통념상 정상적인 굿 비용 250만원(1회당 5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4110만원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냈다.

12일 법원에 따르면 울산지법 민사12단독 이형석 판사는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4110만원의 부당이득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과 같이 굿을 하는 등 무속신앙은 그 근본원리나 성격 등이 과학적으로는 충분히 설명되고 있지 않지만 예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종교적 기도행위 일환으로서 받아들여지는 측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무속신앙의 내재적 특징까지 보태어 보면 굿과 관련해 금전을 교부받은 행위를 불법행위라고 인정하기 위해서는 더욱더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는 시행자가 의뢰자 의사에 따라 통상적인 범위 내 보수 내지 비용을 받고 객관적으로 무속행위를 했다면 굿 등의 의뢰자가 요구하거나 시행자가 약속한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더라도 불법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시한다.

이 판사는 ▲무속인이 자신도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망해 부정 이익을 취한 경우 ▲종교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재산상 이익을 취할 목적으로 무속행위를 한 경우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전제했다.

또 "길흉화복을 예측하고 그 목적 달성을 하고자 하는 경우 그에 상응하는 '무속 행위'를 한 이상 비록 굿을 통해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어도 무속인이 기망했다거나 종교행위로서 허용되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했다.

이 사건의 경우에 대해 이 판사는 "B씨가 A씨에게 과도한 내용의 불행을 고지하는 방법으로 굿값을 지급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오히려 변론 취지를 종합하면 B씨가 굿값을 받고 약속한 무속행위를 한 것으로 볼때 진실로 무속 행위를 할 의사가 없고 자신도 그 효과를 믿지 않으면서 효과가 있는 것처럼 기망해 부정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B씨가 A씨로부터 받은 굿값이 고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며 "굿의 특성상 그 가격은 무속인의 명성, 역량, 굿의 규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고액인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 판사는 "B씨는 요청한 굿을 모두 실행했고 A씨는 굿이 끝날 무렵 미용실 내 법당을 차려두고 직접 무속인이 돼 현재까지 무속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B씨가 기망하거나 현혹해 4360만원을 지급받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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