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왕이, 4월 외교장관 회담 후 두 달만에 통화
왕이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 강력 반대"
외교부 "美관련 언급, 기존 입장 반복…韓특정 아냐"
하지만 외교부는 우리 정부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로 "비우호적인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한국을 특정한 것이 아니라 미중 현안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 장관과 왕 위원은 지난 9일 오후 9시께 전화 통화를 갖고, 한중 관계, 한반도 문제 및 지역·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이는 지난 4월 3일 중국 샤먼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의 대면 회담 후 두 달여 만에 이뤄진 통화다.
이후 중국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왕 위원은 "미국이 추진 중인 인도·태평양 전략은 냉전적 사고방식으로 가득 차 있고, 그룹간 대립을 부추기며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불리하다"며 "중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한다"고 지적했다.
왕 위원은 이어 "한중은 우호적인 이웃이자 전략동반자로, 시비곡직(옳고 그름)을 지키고 정확한 입장을 고수해야 한다"며 "정치적 공동인식을 지키고, 왜곡된 리듬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특히 왕 위원은 "내년은 한중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로, 양측은 어렵게 얻는 협력 성과를 소중히 여기고 양국 관계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 양호한 분위기와 필요한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도태평양 전략에 대한 왕 위원의 비판은 한국 외교부가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다.
대신 외교부는 "정 장관은 글로벌 도전과제 대응에 있어 미중 간 협력이 국제사회의 이익에 부합하는 바, 미중 관계가 안정적으로 발전해 나가기를 희망했다"며 "최근 P4G 정상회의에서 기후대응 선도국과 개도국이 동참한 서울선언문이 채택됐고, 이를 미국과 중국이 모두 지지한 것을 평가했다"고만 밝혔다.
이를 놓고 외교가에서는 중국이 오는 11일부터 13일까지 영국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앞서 한국을 향해 미국 측 입장에 편향돼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도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미국의 일부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산업체(공급망)를 만들고, 작은 글로벌을 만들어 중국을 포위하거나 억압하는 경향이 있다"며 "인도·태평양은 사실 중국에 대항하는 전략이다. 냉전시대의 사고방식으로 좋지 않다"고 미국을 정면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를 향해 "30년 동안 (중한) 관계가 크게 발전을 해왔고, 아주 귀중히 여기고 있다.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좋지 않다"며 "한국도 대만 문제, 남중국해 문제는 중국의 입장을 조금 더 배려해 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중 외교장관 통화에 대해 "면박하거나 윽박지르는 것이 전혀 아니었고, 솔직한 분위기였다"며 "미국과 관련된 부분은 우리나라에 특정해서 한다고 인식하는데, 최근의 기본 입장을 다시 반복했다고 생각된다. 새롭게 힌국을 특정한 것이 아니다. 사드 얘기도 전혀 안 나왔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중 외교장관 통화 시점에 대해서도 "통화는 우리 측 희망으로 했다. 이미 주선돼 있던 것"이라며 "지난 번 외교장관 회담 때 한중이 전략적 협력동반자인 점을 감안해 평시에 여러 차원에서 수시로 소통하자고 합의한 내용이 있다. 그런 차원에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G7 정상회의를 염두에 두고 한 것이 아니다"며 "한중 간 상시 소통 차원"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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