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외아들은 고교동아리 후배 만나고 귀가하다…
"아들 생일 미역국 끓여놓고 장사 하러간 엄마 끝내…"
재개발 건물 붕괴 버스 희생자 9명 안타까운 사연들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로 인명피해가 컸던 만큼 안타까운 사연도 잇따랐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2분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 건물 붕괴로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17명 중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숨진 9명은 버스 뒤편에 탄 승객이었다. 10대 남자 고등학생, 60대 여성 3명, 70대 여성 2명, 70대 남성 1명, 50대 여성 1명, 20대 여성 1명이 허망하게 가족 곁을 떠났다.
이중 희생자 A(65·여)씨는 미역국을 끓여 놓고 출근했다. A씨는 운영 중인 식당 문을 열기 위해 생일인 큰아들 얼굴도 못보고 급하게 집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일을 마치고 전통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산 뒤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랐다.
자택까지 두 정거장을 앞두고 무너진 건물에 참변을 당했다. 사고 22분 전 아들과 한 통화가 그의 마지막 목소리였다.
고등학생 B(17)군도 학교에서 음악 동아리 후배들을 만나고 귀가하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
B군은 늦둥이 외아들로 부모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애교도 많았다. B군은 사고 20분 전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 "버스 탔어요. 집에서 만나. 사랑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의 어머니는 아들의 버스카드 결제 내역을 확인하고서 붕괴 현장을 찾아 발을 동동 굴렀다.
"버스 안에 아들이 갇혀 있는 것 같다. 제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B군은 희생자 9명 중 가장 마지막으로 수습됐다.
희생자 C(29·여)씨는 아버지와 함께 버스를 탔다가 변을 당했다. 모처럼 요양원에 있는 어머니를 만나러 가던 중이었다.
C씨 바로 앞좌석에는 아버지가 타고 있었다. C씨는 숨졌지만 아버지는 크게 다쳐 병원 치료 중이다.
날벼락 같은 소식을 들은 C씨의 언니는 "우리 막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희생자 D(53·여)씨의 유족도 "D씨가 수 년 전 심장병 수술을 받아 건강이 좋지 않았지만 예기치 못한 임종을 맞을 줄 몰랐다"며 오열했다.
봉사활동을 마치고 귀가하던 70대 여성도 돌아오지 못했다.
이처럼 평범한 이웃들이 안타깝게 마지막 길을 떠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시민들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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