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모기업 통근버스에 9명 탑승, 천우신조로 화 면해
[광주=뉴시스] 이창우 기자 =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건물 붕괴 참사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붕괴 현장을 스치듯 찰나에 빠져나가 구사일생으로 탑승객들이 목숨을 구한 통근버스 영상이 공개돼 보는 이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한다.
10일 광주시 등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4시22분께 광주 동구 학동4구역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5층 건물이 순간 무너져 내렸다.
이 사고로 건물 잔해가 지나가던 시내버스와 인도, 편도 4차선 도로를 덮쳤다.
시내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17명 중 고교생 등 9명이 숨졌고, 8명이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참사 당일 모습이 찍힌 광주 동구청 제공 CCTV 영상을 보면, 편도 4차선 도로 가장 안쪽 차선을 달리던 노란색 시내버스가 승강장에 멈춰서기 위해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있고, 뒤이어 통근버스 한대가 달리는 모습이 보인다.
시내버스가 약 4초간 승강장 앞에 정차하던 중 인근 5층 건물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쓰나미처럼 덮친다.
시내버스는 건물 잔해 더미에 그대로 매몰돼 납작해졌고, 승객들은 손 쓸 틈도 없이 참변을 당했다.
이 찰나에 바로 옆 3차선에는 모 대기업 통근버스가 약 1~2초 남짓한 간발의 차이로 변을 당한 시내버스 옆을 스치듯 앞질러 빠져 나가는 모습을 확인 할 수 있다.
통근버스에는 전남 곡성 사업장에서 오전 근무를 마치고, 퇴근하는 A사 직원 8명과 버스운전원 등 9명이 탑승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A사 관계자는 "1~2초만 늦게 지나쳤으면 직원들이 큰 화를 당할 뻔 했다"면서 "이번 참사로 큰 슬픔에 잠긴 유족들에게 진심어린 위로를 전한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 학동 주민들은 "공사기간만이라도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승강장을 잠시 옮겼더라면 참사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행정 당국을 질타했다.
인도와 차도와 맞닿은 곳에서 건물 철거작업이 연일 진행되면서 매일 출퇴근하는 시민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도 사고 가능성에 불안감을 호소했던 것으로 드러나 시공사와 지자체 모두 원성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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