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철거 건물 붕괴 왜 인명피해 컸나…또 안전불감증

기사등록 2021/06/10 05:36:38 최종수정 2021/06/10 09:00:08

구조 분석·진단 미흡, 안전 장치 없고 가림막 무용지물

건물 뒤편에 흙더미 쌓아놓고 굴삭기로 한쪽면만 부숴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구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붕괴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쳤다. 119 소방대원들이 무너진 건축물에 매몰된 버스에서 승객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6.09. hgryu77@newsis.com

[광주=뉴시스] 신대희 기자 = 광주에서 철거 건물 붕괴 사고로 사상자 17명이 나왔다. 인명피해가 커진 배경으로는 안전불감증과 허술한 안전 관리가 꼽힌다.

10일 광주경찰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 22분께 광주 동구 학동 4구역 주택 재개발사업 근린생활시설 철거 현장에서 무너진 5층 건물이 도로와 시내버스를 덮쳤다.

당시 굴삭기는 4~5층 높이의 폐자재·흙더미 위에서 건물 뒤편 벽체를 부쉈다. 지난 8일 건물 뒤편 아래층 일부를 허문 뒤 쌓은 폐자재·흙더미 위에서 작업했다.

이 경우 수평 하중이 앞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어 세심한 건물 구조 분석·진단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안전·건축 분야 전문가는 분석했다.



철거 현장 앞쪽이 인도·차도인 만큼, 인도·차도 쪽 건물부터 철거했어야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만일의 붕괴 사고를 대비해 인도·차도 반대편으로 무게중심이 쏠리게 해야 했다는 의미다.

하지만, 이 건물은 재개발사업구역의 마지막 철거 현장이었다. 뒤편에서 한 쪽만 철거를 하면서도 굴삭기 무게를 지탱할 안전장치가 없었다. 세워둔 가림막도 무용지물이었다.

수직·수평 하중을 고려하지 않은 철거 방식 탓에 굴삭기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흙더미 또는 벽(기둥 역할)이 갑자기 무너져 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철거 전 인도만 통제하고 차량 통행을 막거나 최소화하지 않은 점, 승강장 위치를 옮기지 않은 점도 피해를 키운 배경이다.

승강장에 정차 중인 버스는 통째로 무너진 건물을 피할 틈도 없이 휴짓조각처럼 주저앉았다.

잔해는 주로 버스 뒤편을 순식간에 덮쳤다. 실제 사망자 9명 대다수는 버스 뒤편에 타고 있었다. 운전자와 버스 앞쪽에 있던 것으로 보이는 승객 7명은 크게 다쳤다.

철거업자들은 사고 전 특이 소음이 발생하자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정황으로 미뤄 철거 현장 안전 관리·조치가 허술해 빚어진 인재(人災)였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국과수와 합동 감식을 벌인 뒤 시공사·철거업체 과실, 안전 규정 준수 여부, 위법 사항 등을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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