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릉 1만 가구…노원구 '절반으로' 서울시 '재검토'
국토부, 과천 이어 태릉CC 개발 계획도 변경 수순
용산 주민들도 정비창 개발 반대 서명운동 진행
용산 주민들 "과천은 결국 취소…분노, 힘 모으자“
전문가 "주민들과 사전 협의 없이 추진해 문제"
9일 서울시와 노원구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시와 구에 8·4 대책 후보지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보냈으며, 시는 '재검토 요청'으로, 노원구는 '공급 계획 축소' 의견으로 회신했다.
정부는 작년 8·4 대책 때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을 발표하면서 노원구 태릉골프장 부지에 1만 가구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계획 발표 이후 그린벨트 훼손과 극심한 교통난을 우려한 노원구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정부는 상반기까지 예정돼 있던 지구 지정 일정도 마무리하지 못한 채 연말로 미뤄둔 상태다.
주민 반발에 부담을 느낀 국토부가 지자체에 의견을 구하는 형태로 도움을 요청했고, 이에 노원구는 정부 공급계획인 1만 가구의 절반 수준인 5000가구로 축소하는 방안을 건의한 것이다.
국토부도 노원구 협조 하에 대체 부지를 찾는 조건으로 당초 계획했던 태릉골프장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일부 축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노원구가 공급 규모를 절반으로 줄여달라고 요청을 해 왔다. 5000가구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는 조정 여지가 있다"며 "기존에 발표한 물량을 확보하는 데 문제가 없는 선에서 지자체와 이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과천 지역주민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개발 반대운동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장주민소환추진위원회는 정부의 8·4대책에 김종천 과천시장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소환투표를 추진하고 있다. 투표는 오는 30일 실시된다. 유권자의 3분의 1이상이 참여해 과반이 찬성하면 과천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하게 된다.
정부는 목표로 한 공급물량을 확보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과천청사와 태릉골프장의 공급계획이 수정되면 다른 공공택지에서도 개발 변경 요구가 확산할 수 있어 전체적인 개발 일정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용산구 용산정비창 부지에 1만가구의 주택을 공급하는 계획도 불안한 모습이다. 최근 용산 주민 모임인 용산비상대책위원회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용산 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에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과천정부청사 계획안이 주민 반발로 철회되자 용산 주민들도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용산비상대책위원회 측은 "수년 간 강남, 잠실 등 타 지역 개발은 순조롭게 진행되는 반면 정부는 용산구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용산 정비창, 캠프킴 개발사업에 1만3100가구라는 대규모 공공임대주택을 계획하고 있다"며 "이에 용산구민들은 소외감과 심각한 분노를 느끼고 정부의 근시안적인 주택공급에 결사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외에 강남구 서울의료원 부지(3000가구),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상암DMC 미매각 부지(2000가구) 등의 택지에서도 지자체와 주민 반발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올해 초 뒤늦게 공급 기조로 정책을 선회한 뒤 설익은 공급대책을 내놓은 데 따른 예견된 차질이라고 지적한다. 이에따라 주민·지자체와 충분한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졸속 대책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주민들과 사전에 충분한 협의 없이 추진한 게 가장 큰 원인"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들은 정부 개발 계획에 대해 지역 여건과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고민 하는게 당연한 것이고 이런 부분들이 사전에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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