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금지 위반으로 9년여 복역 엘살바도르 여성 석방돼

기사등록 2021/06/08 21:53:43

2012년 집안일 하던 중 넘어져 하혈 유산

태어나지 않은 딸 살해 혐의 30년형 받아

[서울=뉴시스]지난 2012년 집안 일을 하던 중 넘어져 하혈로 임신 중이던 여아를 유산했는데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30년 선고받고 전체 형량의 3분의 1 가까운 9년 넘게 복역해온 엘살바도르의 사라 로겔(31)이 지난 7일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동남쪽으로 56㎞ 떨어진 자카테콜루카 교도소에서 석방되고 있다. <사진출처 : CNN> 2021.6.8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지난 2012년 집안 일을 하던 중 넘어져 하혈로 임신 중이던 여아를 유산했는데도 태어나지 않은 아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기소돼 30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전체 형량의 3분의 1 가까운 9년 넘게 복역해온 엘살바도르의 사라 로겔(31)이 지난 7일 석방됐다고 엘살바도르의 여권 운동가들이 밝혔다고 CNN이 8일 보도했다.

페미니스트 활동가 모레나 헤레라는 "당시 대학생이던 사라는 감옥에 갈 이유가 없었다. 유산이라는 가슴아픈 일을 겪어야 했던 그녀는 가족들로부터 위로를 받았어야 했다. 대신 그녀는 9년 넘게 부당하게 투옥됐다"고 비난했다.

엘살바도르 당국은 1주일 전인 지난달 31일 로겔에 대한 석방을 명령했지만 법무장관이 이에 대해 항소할 수 있는 시간 1주일이 지날 때까지 구금을 계속, 7일에야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동남쪽으로 56㎞ 떨어진 자카테콜루카 교도소를 나설 수 있었다.

로겔이 낙태 금지 위반으로 체포돼 유죄를 선고받을 당시 엘살바도르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 금지 국가였다.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이나,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에도 낙태는 허용하지 않아 최대 40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간 낙태 여성들에 대한 유죄 판결이 일부 뒤집히고 있으며, 몇몇 여성들은 오랜 형량의 일부를 복역한 후 석방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 여전히 응급 상황으로 인한 사산 및 낙태로 기소되는 여성들이 많다.

여성평등센터의 폴라 아빌라-길렌 사무총장은 "산부인과에서 응급 상황을 겪은 후에도 부당하게 구금된 여성이 최소 17명"이라며 "엘살바도르는 여성들이 건강과 보호를 가장 필요로 할 때 여성을 박해하고 구금하는 국가"라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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