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지루함·백신 인센티브 제외 박탈감 등 거론돼
정부 "시험 볼 의사 있는 수험생만 접수 유도 방안 검토"
9월 모의평가 시험일, 수시 원서접수 코앞…"혼란 우려"
이 경우 전 국민 무료 접종 원칙에 반해 응시수수료를 내고 유료 접종이 이뤄지게 된다. 교육부는 백신 목적의 원서 허위 접수를 막거나 걸러내기 어렵다고 보고, 실제 수험생만 원서를 접수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조훈희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8일 뉴시스와 통화에서 "응시자 본인의 자유를 보장해 줘야 하므로 '시험을 안 볼 사람은 접수하지 말라'고 강제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조 과장은 "대신 정말 시험을 볼 의사가 있는 수험생들만 접수하게끔 유도하는 방법은 검토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할 지는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교육부와 방역 당국은 여름방학인 오는 7~8월 중 대입 수능을 앞둔 고3과 졸업생 등 N수생에게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시행할 계획이다. 고3은 기말고사 등 학사일정을 고려해 접종 시기를 정하며, 화이자 백신을 맞을 예정이다.
관계 당국은 접종 대상자를 오는 9월1일로 예정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 수능 모의평가 원서 접수 후 그 명단을 근거로 선별할 방침이다. 9월 모의평가 원서 접수 시기는 오는 24일 확정되며, 6월말에서 7월초 사이가 유력하다.
이를 두고 각 대학 '에브리타임' 등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점수 상관 없으니 응시 수수료를 내고 백신이나 맞자'는 등의 글이 올라 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학생들 사이에선 길어진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지루함, 다른 우선 접종군과 달리 인센티브에서 제외된다는 박탈감을 느낀다는 반응도 나온다.
서울권 사립대 2학년 재학생 A(23·남)씨는 "백신을 맞으면 5명까지 모일 수 있으니 모의평가나 수능 원서를 접수하고 백신 맞으러 가자는 이야기를 친구들이 종종 한다"며 "길어진 거리두기로 지쳐 있는데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이렇게라도 해 봐야 하는 게 아니냐는 것 같다"고 전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실제 주변 학원 운영자들에게 '수능을 응시할 의사가 없는 대학생들이 모의평가 원서를 접수하려 한다'는 민원이 들어온다"며 "대개 반수생(대학을 다니며 수능을 준비하는 수험생)은 학원에 등록해 시험을 치르고 모의평가 원서를 접수하지만 간혹 외부 수험생을 받아주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에게 대면 수업 재개를 위해 20대 초반 대학생과 대학 교직원을 위한 백신 우선 접종을 요청한 상태다. 교육부는 실무 협의가 끝나야 백신 수급 상황에 따라 범위와 시점, 접종 여부가 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자신의 백신 접종 순번이 정해지기 전 수능 모의평가 원서를 접수한다면 오히려 손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 평가원에 따르면 9월 모의평가 응시 수수료는 졸업생만 1만2000원이며, 고3 재학생은 무료다. 우선접종이나 잔여 물량(노쇼) 백신은 무료로 맞을 수 있다.
백신을 맞기 위해 입시학원이나 졸업한 학교를 통해 원서만 내거나, 심지어 9월 모의평가를 실제 치를 경우 수험생들에게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성호 대표는 "9월 모의평가 시험 당일 재수생이 급격히 늘어났다는 통계가 나올 경우 가뜩이나 재수생이 유리한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위축될 수 있다"며 "수시 원서접수를 열흘 남짓 남겨 둔 상황에서 수험생들이 하향지원을 하는 등 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교육계에선 혼란을 막기 위해 교육부와 방역 당국이 수험생이 아닌 사람이 백신 인센티브를 위해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는 것을 자제하도록 권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선 순위에 앞서 대학생들이 백신을 맞기 위해 수능에 응시하는 현상은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는 측면에서 예방이 필요하다"며 "백신 공급이 원활해지는 8~9월이 되면 순번이 돌아올 전망이니 그 때까지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 등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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