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더 제외시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코로나에 타격
40~50대 자영업자 직격탄…303만→282만 5.4% 급감
60대 이상 자영업자는 4.1% 늘어…은퇴후 자영업 영향
7일 한국은행의 'BOK 이슈노트'에 실린 '코로나19 이후 자영업 특성별 고용현황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규모는 지난해 137만명으로 1년 전(154만명)에 비해 11%(17만명) 감소했다. 이는 고용원 규모가 큰 자영업자일수록 인건비, 임차료 등 고정비 비중이 높아 불확실성이 큰 팬데믹 경기 침체기에 충격을 크게 받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자영업자(553만명) 중 고용원이 없는 경우는 75%, 고용원이 있는 경우는 25%다.
고용원 규모별로 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중 고용원 규모가 큰 자영업자의 고용상황이 더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원이 5인 미만인 자영업자는 코로나 이전에 비해 최대 10% 감소했으나 고용원이 5인 이상인 자영업자는 최대 22%까지 감소하면서 격차가 확대됐다.
오삼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차장은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에 집중된 고용 충격은 외환위기 당시와 유사하다"며 "이는 경기 충격이 클수록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구조조정이 활발히 일어나는 한편 임금근로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실직자가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데 기인했다"고 말했다.
일자리에서 퇴출된 자영업자들은 실업 상태로 전락하거나 임금근로자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고용원을 둔 자영업자의 고용상태 변화를 살펴본 결과 상용직(22.5%→23.8%), 임시일용직(4.5%→7.3%), 실업(24.1%→25.4%)으로 전환된 비율이 코로나19 이전 보다 늘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로 전환(8.7%→6.9%)된 비중은 코로나19 이전보다 하락(-1.8%포인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원들을 내보내고 나홀로 사장이 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이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019년 407만명에서 2020년 416만명으로 오히려 2.2%(8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택배기사나 배달라이더 등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이들을 제외하게 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도 상당폭 줄어 들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의 종사상지위 분류기준에서 택배기사는 특수형태근로자의 한 형태로 자영업자에 포함되며, 최근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배달 라이더도 70% 이상이 자영업자로 분류된다. 쿠팡 고용원수는 2019년 12월 2만5000명에서 지난해 12월 5만명으로, 배민커넥트 가입자도 같은 기간 1만명에서 5만명으로 모두 6만5000명 증가했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배달 라이더 수는 12만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들은 통계상 자영업자로 분류되지만 근무 형태로 보면 임시직이나 일용직에 가깝기 때문 전통적 자영업자와는 거리가 멀다
오 차장은 "플랫폼 노동자에 대해 어떻게 정의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중 배민라이더와 택배 종사자의 규모가 얼마나 되는지는 알기 어렵다"며 "여기에는 투잡러 등 전통적인 자영업자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포함돼 있어 이들을 제외하게 되면 사실상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입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별로는 코로나19로 택배나 배달 수요가 큰 폭으로 늘면서 운수창고업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는 늘어난 반면 도소매, 숙박음식, 교육 등 대면 서비스업은 줄었다. 구체적으로는 운수창고업이 2019년 60만명에서 지난해 64만명으로 늘어난 반면, 숙박·음식(66만→65만), 도소매(114만→109만), 교육(34만→30만), 건설업(39만→35만), 제조업(39만→37만) 등 대부분의 산업이 타격을 입었다.
오 차장은 "대면 서비스업인 숙박·음식업의 자영업 감소가 예상보다 낮은 것은 상황이 좋았기 보다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창업자금이 많이 들고, 권리금 회수가 어려워 폐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워 버티기에 들어간 자영업자가 많았기 때문"이라며 "숙박·음식업 유입이 큰 폭 감소했으나 유출도 줄어 자영업자 감소를 일부 상쇄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령별로는 청년층·30대 및 40·50대에서 자영업자가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했다. 40·50대 자영업자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303만명에서 2020년 282만명으로 5.4% 감소해 인구(-0.6%) 및 취업자수(-1.5%) 감소폭을 크게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 차장은 "40~50대는 숙박·음식 등 전통적인 대면서비스 업종 종사자가 많아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30대 청년층의 경우 학원, 학습지 교사 등의 비중이 이들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수가 감소했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기간 60대 이상 고령층의 경우 171만명에서 181만명으로 4.1% 증가했는데 이는 은퇴 연령층의 자영업 진입이 늘어난 영향이다.
오 차장은 "코로나19 팬데믹과 디지털화 확산은 대면 서비스업,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등 전통적 자영업자에게 지속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자영업은 폐업까지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고용조정이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전통적 자영업으로부터 생산성이 높은 업종으로의 고용재조정을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ou@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