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리 시동...업계 "검증된 업체에 심사 기회는 줘야"
특히 개정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유예 기한을 석 달 가량 앞두고 금융당국이 현미경 검증을 예고하면서,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거래소들에 회사 개요나 재무 등 기본사항 외 최근 5년간 임직원의 관련 불법행위 발생 여부, 해킹 발생 내역, 기타 정부기관으로부터 조사·제재받은 내역 등을 사업추진 계획서에 내도록 했다.
당국의 본격적인 관리 움직임에 시장 안팎에서는 60여곳의 거래소 가운데 '빅4(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를 포함해 5~6곳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기존 가상자산 사업자들이 영업을 계속하려면 특금법 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인 오는 9월24일까지 일정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신고 접수를 완료해야 한다. 정보보호 관리체계인증(ISMS)을 획득하고, 원화 거래를 하려는 거래소는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계정도 확보해야 한다.
금융당국이 파악한 암호화폐 거래업자 수는 60여곳. 아직까지 신고 접수한 사업자는 없으며, ISMS 인증은 20개사가 받았다. 이중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 4개사만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 다만 이들 4개사의 경우에도 특금법상 신고를 위해서는 은행의 평가를 거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확인서를 발급 받아야 한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은행의 실명확인 계정 확인서가 발급되는 대로 FIU에 신고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FIU 심사가 통상 2~3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이르면 8월에는 첫 정식 거래소가 등장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1월과 7월이 실명계좌 발급 재계약이 이뤄지는 달이어 현재 관련 작업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은행 실사 등 관련 심사가 6~7월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현재 빗썸과 코인원은 NH농협은행, 업비트는 케이뱅크, 코빗은 신한은행과 제휴를 맺고 있으며, 재발급을 논의 중이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현재 은행들이 '빅4' 정도를 제외하고는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고 있어, 결국 특금법 유예기간 이후 중소형 거래소들이 대거 퇴출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빅4' 외 비교적 안정적이라 평가받는 고팍스도 ISMS 인증은 획득했으나 아직 은행에서 실명 계좌 계약은 맺지 못했다. 고팍스는 암호화폐 거래 분석 사이트 크립토컴페어의 지난 2월 세계 거래소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업체다.
현재 은행들은 은행연합회에서 제시한 '가상자산사업자 자금세탁방지 위험평가 방안'을 토대로 자체적 평가기준을 마련 중인데, 협회가 제시한 수준보다 한층 강화된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은행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협회가 제시한 것보다 더 강화된 암호화폐 거래소 평가기준이 나올 것 같다"고 설명했다.
'빅4'도 최종적으로 시장에 살아남을 수 있을 지 장담할 순 없다. 금융당국이 최근 5년간 대주주의 불법행위, 해킹 발생 내역과 조치 내용을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최대주주가 현재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 조사 또는 재판을 받고 있는 업비트와 빗썸도 안심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FIU가 지난 3일 암호화폐 거래소 20곳 관계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실명계좌 발급과 관련,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줄폐업'이 현실화될 경우 가장 우려가 되는 부분은 투자자 피해다. 당국은 자신이 거래하고 있는 업체의 상황을 확인한 후, 안전한 거래소로 옮길 것을 투자자들에 당부할 뿐 줄폐업에 대한 명확한 대비책은 없다. 특히 실체가 불분명한 '잡코인'은 사실상 보호할 길이 없다.
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 발급을 받지 못하더라도 사업자들은 가능한 선에서 최대한 비즈니스를 유지하겠지만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협의가 더디긴 하지만 은행들과 소통을 계속하고 있고 유예기간 전 실명계좌를 오픈해 당국에 심사 접수가 가능하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은행과 실명계좌 서비스 계약이 안 되면 심사 신청조차 못하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환경은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그간 생성된 시장을 보면 신뢰도가 검증됐다 보긴 어렵지만 그간 협회의 자율규제안을 준수해오고, 평가가 어느 정도 이뤄진 거래소들의 경우 당국의 심사를 받을 기회는 주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당국이 단편적인 규제만 가할 것이 아니라,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업권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규제 미비로 인해 여러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시장이 없어지긴 커녕 기존 금융사들까지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는 산업 진흥 측면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자본시장법, 개인정보보호법, 데이터3법, 정보통신망법 등 암호화폐와 관련한 법들이 각각 개정되고 있지만 상당히 상충되는 부분이 많다"며 "개별적으로 하기 보단 업계와 학계 등으로부터 제대로 의견을 수렴해 업권법을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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