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3여단, 육군 9사단 예하 부대 급식현장 가보니
조리병, 격리 병사 음식 포장에 배달까지 업무 과중
급식비, 내달 1만원으로 인상에 "맛있는 식사" 기대
지난 3일 공군 3여단 예하 부대의 조리실. 국방부가 부실 급식 논란이 불거진 후 처음으로 급식 현장을 취재진에게 공개했다. 호텔조리학을 전공하고 14개월째 조리병으로 복무하고 있는 유지헌 상병은 취재진과 만나 부실 급식 논란에 대해 "조리병으로서는 마음이 아프다. 급식이 제일 중요한데 안타깝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급식실에선 4명의 조리병이 19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급양병은 모두 6명이지만 1명은 사실상 제대했고, 1명은 휴가 중이다. 신병이 조만간 들어올 예정이지만, 보통 휴가 후 격리를 감안하면 통상 4명이 준비할 때가 많다. 결국 병사 1명이 50인분의 식사를 준비하는 셈이다.
급양병들은 아침조(오전 6시~8시), 점심조(오전 9시30분~오후 1시30분), 저녁조(오후 3시30분~오후6시30분)로 나눠 근무한다. 민간조리원 1명은 중식과 석식에서 주로 양념 배합이나 간을 보는 등 품질 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설거지 등 청소병이 4명도 있다.
유 상병은 "급양병 같은 경우는 허리나 손목 등 부상이 많다"며 "(군대) 밖의 음식을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이 편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병 인원(TO)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확산 예방 차원에서 휴가 복귀 후 격리하는 장병들이 늘면서, 격리 장병을 위한 도시락 포장부터 배달까지 업무가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급양관리관인 길은주 중사는 "따로 도시락 만들어야하고 이동해야하는 시간이 있어서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 부대의 조리병은 모두 11명이지만 최근 3명이 휴가를 가고 8명이 아침, 저녁으로 350~400명분의 조리를 하고 있다. 점심은 간부가 포함돼 450명분을 만든다. 그나마 이 부대는 민간 조리원이 4명으로 다른 부대보다 사정이 낫다. 민간 조리원 2명은 최전방 부대 소속이지만 코로나19로 민간인과 접촉이 금지되면서 대신 이 부대로 출근하고 있다.
조리실 냉장고에는 조리병들이 해야 할 일로 냉장고 청소, 1종 창고 정리 최신화, 도시락 보관 주변 정리, 행주·장갑 교체, 부식통 정리, 조미료 보관함 청소, 보일러실 정리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조리병들이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업무가 과중하면서 애로사항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부대 대대장은 "조리병을 향해 밥이 맛없다, 양이 적다고 불평하지 말라고 공지해 달라고 한다"며 "일과 시간 중 체육 활동을 허락하거나 오후에 PX를 이용할 시간이 없으니 오전 중 이용하게 해 달라는 얘기도 나온다"고 말했다.
이 대대장은 '조리병이 주말을 잘 활용하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젠 주말엔 휴대폰을 가져오게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부대는 급식과 관련한 병사들의 애로사항에도 적극 대응하고 있다.지난 4월에는 애로사항 100건 중에 20건 정도가 식사와 관련돼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음식의 간이나 배식량에 관한 불만이 대부분이다.
이 부대 대대장은 "병역급식위원회를 운영해 다음 주 메뉴에 대해 의견을 바로바로 받고 있다"며 "자율부식비 활용과 관련해선 병사들의 의견을 적극 받아 로제 떡볶이가 먹고 싶다는 병사의 말을 반영해 내놓은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이예찬 상병은 급식환경 개선 방안에 대해 "(1인당) 급식비가 올라가면 더 맛있는 식사를 먹을 수 있어서 긍정적인 반응들"이라며 "장병 입장에선 훈련을 받으면서 건강한 음식도 좋지만 맛있는 음식 위주로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저도 격리자들에게 밥 배달을 해봤는데 늘 인원이 부족하다"며 "많은 동료, 간부들이 고생해서 감사하다. 조리병들이 더 여유롭게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군을 향해선 "격리 장병의 경우 일반인도 격리 2주 자체가 스트레스인데 부대여건이 가능하면 신경 써주고 이들의 건의사항도 받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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