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준석' 부상에 與서 커지는 '대선 경선 연기론' 압력

기사등록 2021/06/04 19:19:13

與권리당원 모임 기자회견…"경선 흥행 위해 일정 연기해야"

초선모임 '더민초'도 경선 연기론 고민…"의원 4~5명이 제안"

지지율 1위 이재명은 반대 입장…대선기획단서 의견 수렴할 듯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권리당원 모임 회원들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경선 연기를 촉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04.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둔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4일 후보 선출을 위한 당내 경선 연기론의 압력이 커지는 모습이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후 친문계에서 산발적으로 제기됐던 대선 경선 연기론은 지도부의 선긋기로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에서 '이준석 돌풍'이 불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대권행보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경선 연기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다.

민주당 초선의원 모임인 '더민초'는 대선 경선 연기를 공식적인 논의 테이블에 올릴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더민초 운영위원장인 고영인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몇몇 초선 의원들이 저한테 대선 경선 연기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은 사실"이라며 "그것을 공식 테이블에 올릴지 말지를 논의해보는 단계"라고 밝혔다.

그는 "후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있기 때문에 논의할 건지 말 건지를 논의해봐야 한다"며 "(초선 의원) 4~5명한테서 (경선 연기 의견을) 받았다"고 말했다.

당내 여론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민주당 권리당원 중 일부도 이날 대선 경선 연기를 주장하며 직접 공론화에 나섰다.

'민주당 권리당원 모임'이라고 소개한 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대선 경선 흥행은 대선 승리의 열쇠"라며 "지난 4·7 재보선에서는 민주당 경선이 국민의힘보다 근 20일 앞서 진행되며 민주당은 선거전략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모습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경선 흥행을 일으킬 때 지난 재보선의 악몽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선 흥행과 자강을 위해 경선 일정 연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민주당 당헌·당규는 대선일로부터 180일 전에 경선을 치러 후보를 확정토록 하고 있다. 이 스케줄에 따르면 내년 3월 치러지는 대선에 나갈 민주당 후보는 9월 초에 확정된다.

그러나 국민의힘이 당헌에 최종 후보 선출을 120일 전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일찍 후보를 확정해 검증의 포화에 노출시킬 필요가 있냐는 게 경선 연기론자들의 주장이다.

또 대선일로부터 너무 일찍 민주당 후보가 확정되면 국민의힘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컨벤션 효과가 일찍 상쇄될 수 있다는 논리도 내세운다.

민주당 대선주자 중 일부도 대선 경선 연기를 공개적으로 주장하고 있다.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6.04. photo@newsis.com
대선출마를 선언한 최문순 강원지사는 오는 6일 기자회견을 통해 대선 경선 연기론 관련 토론을 제안할 예정이다.

최 지사는 이날 연합뉴스TV 인터뷰에서 "지난 당 대표 경선 과정을 지켜봤는데 단적으로 말하면 파리 날리다시피 했다"며 "(현행대로라면) 이번 대선 경선 과정은 7~8월 휴가철에 진행된다. 그래서 우선 경선 연기를 할 것인가를 토론하고 경선 연기가 안 된다면 슈퍼스타K 방식이나 요새 유행하는 트로트 (오디션) 방식으로 하자"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해야 대선 경선 방식이 살아나고 국민의힘의 이준석 현상을 깰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원조 친노' 이광재 의원도 "코로나19가 끝나고 경선을 시작하자"는 입장이며 역시 대선 출사표를 던진 김두관 의원도 '일정을 순연하는 것 자체가 당헌·당규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연기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이처럼 당 안팎에서 대선 경선을 늦추자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민주당 지도부가 이를 공론화할지 주목된다.

송영길 대표가 대선기획단 출범 시점을 '6월 중순'으로 잡은 데 이어 민주당 대선주자 '빅3'의 출마선언 시점도 6월 중·하순으로 속속 윤곽을 드러내고 있어 지도부가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낼 필요성도 커져서다.

이 문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송 대표는 이달 중순께 발족하는 대선기획단에서 대선 경선 연기론을 비롯한 여러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이다. 송 대표는 취임 후 대선 경선 연기론에 대해 후보들의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그러나 경선 연기는 원칙과 실익 중 양자택일이라는 문제 외에도 대선주자 간 이해관계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부분이어서 자칫 당 내홍의 불씨로 작용할 공산도 크다.

민주당 빅3 주자 가운데 이낙연 전 대표와 정세균 전 국무총리 측은 직접적인 언급을 삼가고 있다. 다만 공개적인 반대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어서 경선 레이스의 시간을 벌기 위해 내심 경선 연기를 바라고 있지 않겠냐는 추측이 나온다.

반면 여권에서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경기지사는 경선 연기론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일 JTBC 인터뷰에서 "뭐든 원칙대로 하는 것이 좋다"며 "국민들이 안 그래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때) 공천 안 하기로 한 당헌·당규를 바꿔서 공천한 것들에 대해 비판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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