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아파트값 작년 7월 이후 11개월 만에 최고
매물 잠김→거래 절벽→호가 상승→신고가 경신
재건축·세제 완화 기대감 커져…"집값 강보합세"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에요."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최근 주택 거래와 관련한 뉴시스 취재진의 질문에 "매물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호가가 기존 시세보다 1~2억원 오르는 일이 예삿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집주인이 기존 호가보다 높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아도 공급보다 수요가 더 많기 때문에 신고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며 "집값이 하루가 다르다"고 전했다.
서울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한동안 안정세를 보이던 서울 아파트값이 최근 오름폭을 점차 확대하며 지난해 7월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2·4 주택 공급 대책 직전 수준까지 회귀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사실상 거래가 끊긴 거래 절벽에도 불구하고,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면서 강·남북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신고가를 잇따라 경신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의 과열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규제를 강화했으나,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집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호를 비롯해 전국에 85만호의 주택을 공공주도로 공급한다는 2·4 대책 등 정부의 주택 공급 대책의 효과가 한계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여기에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마저 갈수록 강해지면서 집값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3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일각에서 이달 시행된 임대차신고제,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등을 이유로 하반기 주택시장이 또 불안해질 것이라는 일방향적인 기대를 형성하는 것에 대해 매우 우려된다"며 "한 방향으로의 쏠림을 각별히 경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주간 아파트매매 가격이 지난해 7월 첫째 주 이후 11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동향에 따르면, 5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값은 0.11%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7월 첫째 주(0.11%) 이후 47주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2·4 대책 발표 이후 상승 폭이 둔화됐으나, 4·7 재보궐선거 이후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면서 오름폭을 키웠다. 특히 서울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나타낸 노원구는 재건축 추진 단지와 중저가 단지를 중심으로 8주 연속 가격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노원구의 0.22% 상승률은 2018년 9월 셋째 주(0.24%) 이후 가장 높다.
강남 지역은 송파구(0.19%)는 잠실·문정동 주요 단지와 거여·마천동 등 외곽 위주로, 서초구(0.18%)는 반포·서초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남구(0.16%)는 개포·압구정동 구축이나 도곡동 위주로, 강동구(0.08%)는 천호·상일동 위주로 상승했다.
강북 지역은 마포구(0.15%)는 직주접근성 좋은 공덕·도화동 위주로, 성동구(0.07%)는 왕십리역 인근 행당·마장동 위주로, 동대문구(0.07%)는 저평가 인식 있는 장안동과 답십리동 위주로, 서대문구(0.07%)는 홍제·홍은동 구축 단지 위주로 올랐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세제 및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완화 움직임과 2·4공급대책이 지속되는 가운데, 교통여건 등이 양호하거나 실수요 접근이 양호한 중저가, 소형 위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반포 자이(전용면적 84㎡)는 규제 발효 후인 지난달 29일 29억원에, 래미안퍼스티지(전용면적59㎡)는 지난달 28일 26억2000만원에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정부가 잇따라 대책을 내놨지만, 수요에 비해 매물이 턱없이 부족하다보니 집값이 상승한다는 게 중론이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다. 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부과를 피해 이달 전에 나온 절세 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 아파트 매수 심리도 강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5월 다섯째 주(31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4.6을 기록해 전주(104.3)보다 0.3p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주 연속 기준선을 상회하고 있다. 4월 마지막 주 102.7을 기록한 뒤 지난달 들어 소폭의 등락(103.7→103.5→104.8→104.3)을 거듭했다. 지수는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직후인 2월 둘째 주부터 내려가기 시작해 4월 첫째 주 96.1로 올해 처음 기준선 아래를 기록했으나, 한 주 만에 반등하며 기준선을 넘겼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집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보다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놓아도 추격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6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에 따른 절세 매물이 소화되면서 매물 부족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